먹통 2달만에 재발방지책 발표하는 카카오

7일 '이프 카카오'에서 원인 분석·재발 방지책 공개
남궁훈 전 대표 "업계 공동 성장 위해 부끄러운 부분 공개"

[아시아경제 최유리 기자] 카카오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먹통 재발 방지책을 내놓는다. SK(주)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한 지 2달여 만이다. 먹통 사태의 원인을 분석한 뒤 첫 자기 반성문을 내놓는 자리라 이목이 쏠리고 있다.

5일 카카오는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이프 카카오 데브 2022(이하 이프 카카오)'에서 카카오 서비스 장애 원인과 재발 방지책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7일 남궁훈 카카오 전 대표(비상대책위원회 재발방지대책 공동 소위원장), 고우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최고클라우드책임자(CCO) 겸 카카오 비상대책위원회 재발방지대책 공동 소위원장 이확영 그렙 최고경영자(CEO) 겸 카카오 비상대책위원회 원인조사 소위원장, 이채영 카카오 기술부문장 등 총 4명이 키노트 발표에 나선다.

개발자 컨퍼런스라는 행사 성격에 맞지 않게 키노트 내용은 서비스 장애의 원인과 해결책 중심으로 구성된다. 남궁 전 대표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앞으로의 각오를 밝히고 이 대표가 서비스 장애 원인을 발표한다. 이 대표는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으로 카카오톡 개발을 이끌었고 현재는 카카오 밖에서 개발자 성장 플랫폼 그렙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 서비스에 대한 전문성과 외부 인사로서 객관성을 토대로 분석한 장애 원인을 설명한다.

고 CCO와 이 부문장은 재발방지 대책을 공유한다. 2024년부터 가동되는 자체 데이터센터 방재 대책과 향후 5년간 카카오 IT 엔지니어링 혁신방안을 비롯해 기술 개선 방안과 미래 투자 계획을 밝힌다.

오는 8일에는 '1015 회고' 특별 세션을 열어 데이터 다중화 기술을 공유한다. ▲데이터센터 ▲인프라 설비 ▲데이터 ▲서비스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등 각 시스템 단위별 다중화 방안을 설명한다. 데이터센터 화재처럼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서비스를 빠르게 복구할 수 있도록 데이터센터 서버를 비롯해 네트워크 인프라나 서비스 운영관리도구, 트래픽 관리 기술 등도 다룰 예정이다.

카카오가 먹통 사태 원인과 방지책을 개발자 회의를 통해 공개하는 까닭은 IT업계에 같은 사례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자는 의도다. 이프 카카오는 2018년부터 매년 진행한 개발자 컨퍼런스로 카카오의 기술과 서비스를 외부에 공유하는 행사다. 올해는 기술 자랑 대신 반성문을 소개하게 됐지만, 업계가 타산지석으로 삼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카카오 경영진의 의지를 담았다.

남궁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프카카오는 그동안 기술을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였다"며 "이번에는 부끄러운 부분이지만 업계에 도움이 되고 다시는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향후 진행될 보상 과정에서 SK C&C와 책임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카카오가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밝히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사고 원인을 두고 SK C&C와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와 함께 지난 1일 '카카오 먹통 방지법'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해 재발 방지책 역시 눈길을 끌고 있다. 카카오 먹통 방지법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면 기간통신사업자가 아닌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도 데이터센터 이중화 조치를 마련하고 정부 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한편 카카오 먹통 사태 피해 보상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피해보상 협의체가 2차 회의를 진행한 가운데 유형별 피해 사례를 공유했다. 10만5000여건 중 유료 서비스 피해가 17.1%, 무료 서비스 피해가 15.1%, 나머지는 피해와 관련 없는 문의, 의견, 항의 등이 차지했다. 협의체는 이를 분석해 구체적인 보상 기준과 금액에 대한 원칙을 수립할 계획이다. 다만 무료 서비스에 대한 보상 규정과 선례가 없고 피해를 실제로 확인해야 하는 등 과제가 많은 상황이다. 협의체 관계자는 "피해의 범주나 유형, 이에 대한 입증 자료 등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해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KT 화재의 경우 보상 마무리까지 1년 가까이 걸렸는데 이보다는 신속하게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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