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란기자
지난해 미국 오리건주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준란 기자] 아마존 열대우림에 이어 탄소 흡수 능력이 두 번째로 큰 북극 주변의 거대한 침엽수림이 급격히 줄어드는 위험에 처해있다고 AFP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북극 주변에 위치한 아한대 침엽수림(subarctic boreal forest)은 북극을 둥글게 둘러싼 모양의 거대한 삼림이다. 캐나다·스칸디나비아·러시아, 미국 알래스카 등에 펼쳐져 있으며 세계 육지 표면적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방대한 규모다.
전 세계 숲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2억㏊의 면적을 갖고 있다. 이 침엽수림은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온난화를 늦추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탄소 저장량은 열대우림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삼림지대가 현재 산불, 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 영구동토층 해빙, 병해충 증가 등으로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16년 5월에는 캐나다의 아한대 침엽수림에서 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꼽히는 거대한 산불이 발생했다. 주민 9만여명이 대피하고, 건물 2500채가 불에 휩싸여 74억달러(약 9조8000억원) 규모의 재산피해를 냈다.
문제는 이러한 산불이 알래스카와 캐나다, 시베리아에서 자주 발생하면서 삼림지대를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지역의 산불 발생 빈도와 강도가 지난 수십년에 비해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가파르게 높아졌다. 피해 면적을 기준으로, 산불 파괴력은 10년 전보다 2배 강해졌다. 또한 지난 20년간 발생한 산불 피해지역의 70%가 아한대 침엽수림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도 아한대 침엽수림을 위협하고 있다. 극단적 열파 빈도는 150년 전보다 5배 증가했고, 현재에도 북극권의 온난화는 지구상 다른 지역들보다 2~3배 빠르게 진행되는 상태다. 이에 따라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삼림이 붕괴하고, 침엽수림 남쪽에는 가뭄으로 침엽수 대신 관목과 풀이 자라나고 있다. 북쪽에는 침엽수림이 툰드라 지역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 천연자원부 얀 불랑제 연구원은 "지금처럼 가뭄과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숲이 나무들을 유지하지 못해 대초원으로 변하는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온난화와 함께 병해충이 북상하는 것도 침엽수림에 큰 위협이다. 퀘벡주의 침엽수림 연구원인 데이비드 페어 박사는 "지역의 모든 나무가 독미나리 자벌레의 공격으로 모두 죽었다"고 설명했다. 또 캐나다와 미국 동부 지역 수천㏊의 숲이 잎말이나방 유충에 의해 초토화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생태계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에 접근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으며, 침엽수림이 온난화 현상을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김준란 기자 loveways12@naver.com<ⓒ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