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없는IDC]① '데이터센터는 혐오시설'…오해와 진실

님비 현상에 멍든 미래 투자
안 짓는게 아니라 못 짓는다

편집자주브리태니커 사전에서 '님비(NIMBY)'라는 단어를 찾으면 '내 뒷마당에는 안 돼(Not In My BackYard)'의 약자로 표기돼 있다. 지역 주민이 혐오시설의 유치를 거부하는 집단행동을 뜻한다. 보통 교도소, 쓰레기 매립지 등이 해당하지만 인터넷데이터센터(이하 IDC) 역시 막대한 양의 전력을 소모하고 전자파 등의 공해를 발생시킨다는 인식에 설 자리를 찾기 어렵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메타버스 등 해마다 IDC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투자 역시 매년 확대하지만 지을 곳은 마땅치 않다. 전국 데이터센터 현황과 현장 르포를 통해 IDC에 대해 살펴보고 미래 산업을 위한 기본 인프라인 IDC에 대한 님비 현상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지 진단해본다.

[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산업계에서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데이터 호텔'로 일컬어지는 데이터센터의 가치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데이터 수요가 증가, 데이터센터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는데, 대부분이 수도권에 쏠리면 데이터 안전과 보안, 전력 계통 등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이 시급하지만 대중에 심어진 '데이터센터는 혐오시설'이란 인식 탓에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고 기술 집약적 산업이다 보니 인력 채용 효과가 적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 대도시에만 집중된 데이터센터…재난 취약

15일 '카카오 사태'에서 보듯 데이터센터에 사고가 발생하면 생활기반이 되는 각종 서비스들이 멈춰선다. 관리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위해 대량의 서버를 한 곳에 몰아 놓다 보니 정전, 화재 등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불통 사태가 벌어진다. 특히 수도권 인근에 데이터센터의 60%가 몰려 있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화재, 지진 등 재난이 발생하면 데이터 손실, 인터넷 지연 등을 유발해 생활·통신 인프라가 마비될 가능성도 있다. 송·배전망 등 전력 인프라 추가 건설 부담과 계통 혼잡 유발도 문제다.

그럼에도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자사용(프라이빗·Private)으로 사용하기 보다 여러 기업에게 기반 시설을 임대해주며 서버를 연결하고 관리해 주는 코로케이션(Co-Location)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최근 화재로 거의 모든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한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가 카카오, 네이버 등을 고객사로 둔 코로케이션 방식이다.

코로케이션은 입주 기업의 업무상 출입이 용이해야 하며 편의시설도 가까워야 해 주로 수도권에 지으려는 경향이 짙다. 입주 기업과 데이터센터가 원거리에 위치할 경우 운영상 어려움 발생할 수 있으며, 상주인력·고급인력 수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주식 거래 등을 위해 1ms 이하의 초저지연 데이터시간을 중시하는 금융권의 경우 물리적 거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화 원인으로 손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부분이 상업용 데이터센터 방식(코로케이션)이라 교통, 통신 인프라 구축이 잘 돼 있고 서버 유지·관리 등도 입주 기업이 직접 할 수 있는 대도시에 몰리는 것"이라며 "데이터센터를 비수도권에 건설했다가 임대고객을 확보하지 못해 손실을 입을 우려도 있기 때문에 수도권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지방 건립, 혐오시설 인식이 '발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요 기업들이 자사 데이터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지방으로 분산시키면 되지만 쉽지 않다. PC만 가득 들어찬 데이터센터는 공해와는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혐오시설' 중 하나로 분류돼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데이터센터가 대중에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자리하게 된 데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꼽힌다. '전기 먹는 하마'라는 오명과 환경 오염 논란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가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은 명백한 '오해'라고 주장한다. 전력 소모량의 경우 데이터센터가 타 사무용 건물 대비 전력 소모가 높은 것은 맞지만 산업 전체 전력 사용량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2%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전기차 보급으로 인해 곳곳에 충전소가 들어서고 있는데 중형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나연묵 단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보통 중형 데이터센터가 1000㎾급인데, 전기차 테슬라 V3 수퍼차저의 충전 전력이 250㎾급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차량 서너대 충전하는 것과 전력 소모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천, 수만대 서버 장비에 전력이 공급되는 데 따른 전자파·열섬 발생 환경 유해성 논란과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은 뚜렷한 근거가 없다고 설명한다. 데이터센터 내부에는 서버와 스토리지가 랙에 장착돼 있고, 컴퓨팅 장비의 전력 소모량으로 볼 때 각 가정에서 상시 사용하는 노트북이나 PC와 마찬가지로 전자파 발생은 거의 발생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특히 각 전산실은 냉방을 위해 창문이 없는 형태로 설계되는데, 이 전산실은 이중벽으로 분리돼 설령 미미한 전자파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외부로 빠져나갈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나 교수는 "IDC 대부분이 최신 빌딩 형태를 하고 있고, 테헤란로에 줄지어선 빌딩들과 전혀 다를 바 없다. 데이터센터를 환경 유해 시설로 보는 시각은 명확한 오해"라며 "디지털 시대에 비대면 서비스와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생활 편의 핵심 시설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IT과학부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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