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무선충전 상용화 등 규제혁신…2030년까지 3조 투자 촉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제2차 규제혁신 전략회의'
디지털산업 규제혁신 과제 12개 발표
전기차 무선충전용 주파수 공급
'이음 5G' 활용처 1000곳 기대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내년 플러그 연결이나 카드 태깅이 필요 없는 전기차 무선 충전 방식이 상용화된다. '이음 5G(5G 특화망)'용 주파수 공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로봇, 지능형 CCTV 등에 대한 무선설비 허가 절차도 폐지한다. 정부는 이 같은 디지털산업 규제 완화를 통해 2030년까지 3조원 이상 민간투자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인천 선광 신컨테이너터미널에서 열린 제2차 규제혁신 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산업 활력 제고 규제혁신 과제 12개를 발표했다.

낡은 규제 때문에 치열한 글로벌 디지털 기술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정보통신공사협회 등 업계와 지자체로부터 건의받아 선정한 과제들이다.

주파수 기반 전기차 무선 충전 허용

전기차 무선충전을 위한 주파수를 분배해 기기 상용화 기반을 마련한다.

우선 충전할 때 플러그 연결이나 카드 태깅이 필요하지 않아 전기차 보급의 핵심으로 꼽히는 무선 충전 기술을 상용화한다. 무선 충전을 하려면 활성화된 주파수가 필요한 만큼 정부는 연말까지 전용 주파수(85kHz)를 공급할 계획이다. 당초 전기차 무선 충전 기술은 2021년 9월 실증특례 등 규제샌드박스 방식으로 한시 허용된 바 있다. 이번 고시 개정 등을 통해 기기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정부는 또 스마트폰에 탑재하면 스마트 도어락 작동, 분실물 탐색 등 사물 인터넷 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저전력·초정밀 초광대역 무선 기술(UWB) 휴대형 기기 사용을 허가하기로 했다. UWB 기기는 세계적으로 지난해 3억1700만개에서 2030년 18억개로 사용이 폭증해 스마트폰 연동 비중이 65%를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항공기·선박 등과 주파수 혼선·간섭 우려로 대역폭 500㎒ 초과 기술은 휴대전화 기기 사용이 제한돼 왔다. 앞으로는 주파수 혼·간섭 우려가 있는 장소에 진입할 때 기능이 자동 차단되는 기능을 갖춘 휴대용 기기에는 이 기능이 탑재된다.

반도체 공장의 전파이용장비 검사를 건물단위검사 방식으로 개선한다.

정부는 또 반도체 제조시설에서 전파 이용 장비마다 검사를 따로 받던 것을 건물 밖에서 건물 단위로 검사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간소화한다. 이로써 검사 소요 시간이 현행 7일에서 1일로 단축되고 검사 시 각 공정을 중단했던 불편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음 5G' 주파수 공급 절차 간소화

특히 정부는 이동통신사가 아니어도 토지나 건물 단위로 직접 5G망을 깔아 사용하는 '이음 5G 서비스'를 활성화하고자 주파수 공급 절차를 지금보다 간소화하고, 로봇, 지능형 CCTV 등 이음 5G와 연결되는 단말기라면 스마트폰처럼 무선국 허가 절차를 없앤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5G 특화망 1000곳이 구축되고 3조원의 투자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구리선 기반으로만 허용됐던 유선전화를 새로 설치할 때 광케이블을 통한 인터넷 전화로 서비스하는 방안도 허용한다. 이로써 과기정통부는 2500억원 상당의 광대역 통신망 투자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파 위해도가 낮은 저출력 무선 충전 기기는 제품별 인증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 같은 종류 기기는 한 번만 전자파 적합성 인증을 받으면 된다. 전자파 위험이 낮은데도 제품마다 전자파 적합성 시험과 등록을 해야 했던 LED 조명기기 등은 자율 규제인 '전자파 자기 적합 선언제'를 도입한다.

네트워크 구축 인력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수급 애로도 해소한다. 우선 건축물 내 정보통신설비 설계·감리를 정보통신전문가도 수행토록 개선한다. 정보통신기술자 '특급 등급' 인정기준 개선으로 인력 고령화 등에 따른 기술인력 수급 애로도 해소한다.

디지털설비 활용 관련 규제도 개선

수입 전파부품 등 산업용 기자재의 전자파 적합성 평가를 면제해준다. 기존에는 산업현장에서 특수 용도로 사용하는 소량의 산업용 기자재는 전자파 등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지만 적합성 평가 확인 등으로 인해 통관 지연 등의 문제가 있었다. 무선국 변경검사 방식을 전수검사에서 표본검사로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주거용 오피스텔의 구내통신 회선 설치기준을 업무용에서 주거용으로 개선한다.

정부는 이런 규제 개선을 위한 각종 법령 개정을 늦어도 내년 중 모두 마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정부 고시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부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규제 개선은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는 한편,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도 내년 중에 모두 완료할 방침이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이음 5G 활성화, 광케이블 구축 촉진, 반도체 생산설비 가동률 향상 등을 이행하면 3조2500억원 이상의 민간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디지털 산업 규제를 과감하고 신속히 혁파해 산업 현장 활력을 높이고 디지털 모범국가로 나아가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규제혁신 방안은 그동안 정보통신공사업계의 지속적인 건의를 적절히 반영한 조치"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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