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FOMC가 지난 3일 새벽(한국시간) 자이언트 스텝(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p) 인상)을 밟자 '금리 노마드(유목민)족'이 예·적금 금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올해 내내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한국이 그 인상 폭을 따라가면서 1·2 금융권 가릴 것 없이 수신금리가 뛰었기 때문이다. 1월부터 10월까지 놓고 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에서 3.00%까지 인상했고 이에 따라 5대 은행 예·적금 금리는 2%대에서 4%대로 올렸다. 주식시장까지 가라앉으며 투자처를 못 찾은 사람들은 은행 예·적금에 몰리기 시작했다.
직장인 기영지씨(39)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올렸다는 뉴스를 보고 석 달 전 가입했던 5000만원짜리 정기예금 통장을 해지했다. 당시 가입상품의 금리를 3.5%. 기씨는 "작년 생각하면 그 금리만 해도 높은 금리였던 거 같았는데 지금 금리를 보면 안 갈아타면 바보 될 것 같다"며 "미국이 금리를 올렸으니, 한국은행도 이달 중에 금리를 올릴 거고 그러면 시중은행 예금금리도 오를 테니 그때 은행 상품을 보고 다시 가입할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 서우리씨(46) 역시 재테크 커뮤니티에서 예·적금 금리정보를 찾기 바쁘다. 서 씨는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같은 경우엔 게릴라성으로 고금리 상품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서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부모님까지 예·적금 가입 상품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해서 더 높은 금리로 갈아타려고 수시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기씨와 서씨 같은 금리 노마드가 올해 마지막 이동을 준비 중이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1%p로 벌어진 가운데 한은이 이달 24일 열리는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서 올해 세 번째 빅 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밟을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자마자 즉시 수신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10월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0.5%p 올린 이후, 은행들은 그다음 날부터 수신금리를 최대 1%p까지 올렸다. 이런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져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4%대를 유지 중이다. (2일 기준 ▲KB스타정기예금 4.2% ▲우리WON플러스예금 4.26% ▲NH올원e 예금 4.45% ▲신한 쏠편한 정기예금 4.6% ▲하나의 정기예금 4.10%)
정기적금의 경우, 조건을 충족해 우대금리를 적용받으면 정기예금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KB반려행복적금 4.50% ▲우리SUPER주거래 정기적금 4.55% ▲NH직장인월복리적금 최고 4.78% ▲신한 아름다운용기적금 4.6% ▲하나 내집마련더블업적금 12개월 5.50%)
금융권에선 수신금리가 올해 마지막 한은 기준금리 결정일인 이달 24일 이후 한번 큰 폭으로 뛰어 주요 예·적금 금리가 대부분 5%를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들이 채권 발행을 하기 힘들어졌고, 예·적금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 이달 예·적금 금리 인상 시점에 더 경쟁이 붙을 것"이라며 "금융당국도 은행들에 한 달에 한 번씩 시장금리를 수신금리에 반영하라고 해서 인상 이유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전체 수신금은 1900조1421억 원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해 46조 8657억 원이 늘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