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인물]'인도계' 수낵, 英 첫 非백인·210년만에 최연소 총리 유력

존슨 前총리 경선 불출마…단일 후보로 총리 직행 예고
베팅업체 "수낵 총리 확률 96%"…법인세 인상 재추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리시 수낵(Rishi Sunak) 전 영국 재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비(非)백인으로 첫 영국 총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10년 만에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도 함께 쓰게 된다.

리즈 트러스 현 총리가 지난 20일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된 차기 당 대표 및 총리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수낵 전 장관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23일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베팅업체 베트페어에서 집계한 수낵 전 장관의 총리 선출 확률은 존슨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 직후 96%까지 치솟았다

수낵 전 장관은 22일 오후 단일화 논의를 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수낵 전 장관은 이튿날 오전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존슨 전 총리는 경선 출마를 선언한 또 다른 후보인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에게 출마를 포기하고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모돈트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존슨 전 총리는 경선 후보 등록 요건인 보수당 의원 100명 지지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결국 불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BBC 등에 따르면 수낵 전 장관은 현재 후보 등록 요건을 갖춘 유일한 후보다. 모돈트 원내대표는 현재 확보한 의원 수가 30명이 채 안 돼 후보 등록 시한인 24일 오후 2시까지 100명 지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수낵 전 장관은 단일 후보로 등록해 경선 투표 과정 없이 그대로 차기 총리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수낵 전 장관은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총리에 오르면 영국 역사상 첫 비(非)백인계 총리가 된다. 또 1980년 5월생인 수낵은 현재 만 42세로 1812년 로버트 젠킨슨(만 42년 1일) 이후 210년 만에 최연소 총리라는 타이틀도 갖게 된다.

수낵은 유복한 가정환경 속에서 영국 최고 명문 사립고교 중 하나인 윈체스터 칼리지와 옥스퍼드대, 미국 스탠퍼드대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수낵의 아버지는 인도에서 영국 의대로 진학해서 의사가 됐고, 이민 1.5세인 어머니는 약사였다. 외조모는 동아프리카에 살다가 자녀들을 위해 영국으로 이주했다.

수낵은 학업은 마친 뒤 금융계로 진출해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영국 헤지펀드 TCI(더 칠드런스 인베스트먼트)의 파트너로 일했다. 2015년 잉글랜드 요크셔험버주 리치먼드 지역구에서 당선돼 의회에 입성했다. 2018년 테리사 메이 내각에서 각료로 처음 임명됐으며 2020년 2월 존슨 전 내각에서 재무장관에 임명됐다.

재무장관 임명 직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하면서 위기 상황에 수습에 힘썼다. 이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늘어난 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해 법인세 인상 등 재정긴축 조치를 취했고 이 과정에서 존슨 전 총리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결국 ‘파티 게이트’ 등 잇따른 논란으로 존슨 내각이 위기에 빠지자 각료 중 가장 먼저 사임해 존슨 전 총리의 낙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수낵은 존슨 전 총리의 사임 뒤 이어진 당 대표 및 차기 총리 경선에 출마, 보수당 의원을 대상으로 한 4차례 경선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보수당 의원이 아닌 보수당원을 대상으로 한 결선 투표에서 리즈 트러스 전 총리에 패해 총리 꿈을 접어야 했다. 역설적으로 트러스 총리가 취임한 지 44일 만에 감세안 논란으로 사임하면서 결국 총리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수낵 전 장관은 자신이 재무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추진한 법인세 인상 등을 재추진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러스 총리는 수낵이 마련한 법인세 인상안 백지화 등 무리한 감세안을 추진하다 낙마했다. 바닥까지 떨어진 보수당 지지율이 회복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애초 존슨 전 총리 사임 뒤 치러진 지난 7월 당 대표 경선에서 당시 출마한 후보 중 여론조사에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보다 높은 지지를 받은 보수당 후보는 수낵이 유일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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