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미기자
지난 6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메인주 바 하버 인근 아카디아 국립공원의 샌드 비치에서 관광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휴양지로 유명한 미국의 한 항구 마을이 유람선 여행객 수를 제한할지 곧 결정할 예정이다. 작은 규모의 섬에 많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커진 데 따른 영향이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북동부 메인주 데저트섬의 바 하버는 유람선에서 항구에 내릴 수 있는 여행객 수를 하루 1000명으로 제한할지 다음 달 8일 주민투표를 치른 후 결정할 방침이다.
인구 5200여명의 작은 항구 마을인 바 하버는 아카디아 국립공원의 관문으로 유명하다. 총 4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유람선이 매일 관광객을 싣고 마을과 공원 등을 오간다. 마을 주민의 약 77%에 달하는 관광객이 한번에 바 하버로 몰려오는 셈이다.
특히 9월과 10월엔 아카디아 국립공원의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이 마을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코로나19로 억눌렀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올해 모두 167척의 유람선이 바 하버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은 전했다.
하지만 섬 주민들은 이같은 유람선 관광에 불편을 호소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한 주민은 WSJ에 "유람선 승객들이 작은 마을을 막고 있다"며 "우리는 관광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좋은 일이 지나치면 나쁜 일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대형 유람선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며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서는 더 작은 배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관광 업계의 반발도 적지 않다. 관광객을 하루 1000명 규모로 제한하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조치라는 지적이다. 이 마을에서 식품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최근 대형 유람선이 들어왔을 때 하루 157개의 랍스터롤을 팔았다"며 "우리는 유람선의 스케줄에 따라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수상 도시 베네치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베네치아에서는 이른바 ‘오버투어리즘’에 따른 부작용으로 주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져왔다. 오버투어리즘은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코로나19 이전 베네치아에는 하루 10만명가량이 방문해 주민들이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베네치아시 당국은 2018년 제정한 방문객 입장료 징수 조례안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조례안에 따라 내년 1월16일부터 베네치아 본섬 역사지구와 리도·무라노·부라노 등 주변 섬을 찾는 당일치기 관광객은 최대 10유로(약 1만4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당국은 입장료를 냈는지 확인하는 직원을 시 곳곳에 배치하고, 입장료를 내지 않고 방문한 것이 적발되면 최대 300유로(약 42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