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 '마약 대응' 첫 주문… '중독자 재활에도 힘써달라'

전날 국무회의 비공개 토론서 '청년 마약 실태' 보고
"법무부 등 관계부처 공조하고 대응방안 마련" 지시
대통령실 "국제공조 등 다양한 방안 검토해 대응 나설 것"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이기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범정부 차원의 마약 대응 방안 수립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마약 대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시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최근 마약 범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윤 대통령은 마약 사범에 대한 처벌 외에도 '중독자 재활'도 직접 언급하며 모든 부처가 나서 처벌과 재활에 대한 종합 관리안을 세워달라고 주문했다.

12일 대통령실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청년 정책을 주제로 토론한 국무회의 자리에서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청년 마약 실태'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마약 사범에 대한 사법처리도 중요하지만 중독자 재활도 중요하다"며 이같은 당부를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마약 문제가 사회, 경제적으로 문제가 커지고 확산세도 눈에 띄고 있는 만큼 관계부처가 모두 나서 관리안을 마련하라는 취지"라며 "중대사회범죄 근절이라는 국정과제 일환에 맞춰 세부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처벌 외 재활을 강조한 배경에는 마약 사범에 대한 높은 재범률이 있다. 대검찰청 통계를 살펴보면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은 2017년 36.3%, 2018년 36.6%, 2019년 35.6%를 기록했다. 2020년 마약재범자 중 3년 이내 재검거 비율은 8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마약류 사범은 재범 위험성이 높은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책을 마련, 재활을 통해 재범률도 낮추자는 것으로 읽힌다.

범정부적인 대응 마련도 주문했다. 근본적인 처벌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는 일부 참석자들의 의견이 나온 점을 감안해 윤 대통령은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나서 공조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처벌과 재활에 대한 대책을 따로 수립하는 게 아니라 법무부, 경찰, 식약처, 보건복지부 등이 모두 나서 유통과 관리, 처벌과 재활, 중독자 치료까지 연계된 정책을 만들어보라는 취지로 이해했다"며 "TF 등을 통한 신속한 대응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관계부처에서는 최근 식약처가 내부적으로 완료한 '오남용 마약류 사용환경 변화에 따른 안전관리 방안'에 대한 결과부터 공유해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마약 사범에 대한 사전, 사후 대책에 대한 지시가 있었던 만큼 모든 원인을 분석하겠다는 취지다. 이 연구에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마약류 진통제 처방에 대한 현황은 물론 처방이 변화한 원인, 연령별 사용 증감의 원인과 인식 변화 등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마약 중독 치료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국립법무병원 증설 및 진료 인력 확충 등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유입 차단'이라는 선제적 대응안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의 마약밀수 단속량이 2017년 69.1kg에서 지난해 1272.5kg으로 18배 가까이 늘어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밀수 경로별로는 수출입화물 등을 통한 마약밀수 단속량(1285.8kg)이 가장 많았고 국제우편(329.9kg), 특송화물(290.1kg), 항공여행자(351.8kg), 해상여행자(6.6kg) 등이 뒤를 이었다. 그만큼 단속을 피해 국내로 유입되는 마약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제사회 공조'는 윤 대통령이 과거 검찰총장 시절 강조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아들로미코)에 참석해 "국제 마약조직은 단속을 피해 전 세계로 마약을 유통하고 특히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발달로 다양한 계층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마약 전문수사팀 신설, 수사관 파견 등으로 한국 마약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 국가만으론 어렵다. 국경 없는 마약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국가 간 긴밀한 협력과 상시 가동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관련 예산을 짜고 정책을 수립하는 부처별 대응이 선제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며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처벌 위주의 메시지보다는 사전, 사후 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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