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버블붕괴의 시작]②철옹성도 무너지나…사라진 '서울 불패'

영끌족 몰린 도봉·노원, 집값 하락세 올라타
강남4구도 옛말…송파·강동 매매가격 급감
"서초·종로도 하락 가능성…올 하반기 가장 어렵다"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김혜민 기자] 금리인상과 매수 위축 앞에 '서울 불패'도 옛말이 되고 있다.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매수로 활활 타오른 도봉·노원구와 강남4구로 불린 송파·강동구는 이미 집값 하락세에 올라탔다. 다른 자치구 역시 매매가격 증가폭이 급감하고 있다. 당분간 서울 지역도 전국적인 매매가격 하락세에 동참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12일 부동산R114 REPS에 따르면 올해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해 10월 말 대비 1.35% 상승했다. 같은 기간 1년 전 변동률이 15.48%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폭 하락한 수치다.

25개 자치구 중 매매가격이 하락한 곳은 총 4곳이다. 도봉구가 -1.16%를 기록해 매매가격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이어 ▲송파구(-0.62%) ▲노원구(-0.24%) ▲강동구(-0.12%) 순이었다. 동대문구(0.01%)와 은평구(0.36%), 성북구(0.4%)도 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자치구 상위 3곳에는 ▲용산구(4.49%) ▲서초구(4.43%) ▲종로구(3.37%)가 이름을 올렸다.

영끌매수 몰리던 노원·강북구의 추락, 왜?

1년 사이 집값이 가장 많이 하락한 도봉구와 3위를 차지한 노원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자치구 2위, 1위였다. KB부동산 월간 통계에 따르면 노원구와 도봉구의 지난해 9월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7.27%, 23.48%로 집계된다.

집값이 급격히 오른 것은 2030세대 영끌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은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매수자의 진입장벽이 낮았다. 강북 지역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20년만 해도 6~7억원선이었다. 이미 10~12억원에 평균 매매가격이 형성돼있던 강남 지역과 대조된다. 이 때문에 2020년 이후 시작된 '패닉바잉(공황 구매)' 현상은 주로 강북으로 몰렸고,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늘면서 강북 지역 역시 올 2월 평균 10억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최근 금리인상과 아파트 가격 고점인식으로 매수세가 급감하며 매매가격은 하락세를 타고 있다. 상대적으로 매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노원구와 도봉구의 매물은 지난해 대비 42.9%, 5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매매거래량을 보면 매매건수는 각각 17건, 19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분의 1,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개별 단지들 역시 대부분 하락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4억2000만원까지 올랐던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 전용 84.77㎡는 지난 6월 12억5000만원에 팔렸다. 도봉구 창동주공 4단지(41.3㎡) 역시 지난달 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지난해 10월 6억2000만원에 거래된 곳이다.

노후 아파트가 많아 재건축 기대감을 가지고 뛰어든 매수자들도 급감하면서 두 자치구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988년 지어진 도봉구 창동주공 19단지(60.5㎡)는 이달 6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 9억7700만원에 팔린 것을 고려하면 1년 여만에 3억1700만원이 하락했다.

강남2구 굳어지나…송파·강동구도 하락세

송파·강동구는 서초·강남구와 함께 강남4구로 불리며 지난 2년 간 높은 매매가 변동률을 기록해왔다. 강남2구와 가까운데 외곽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가격이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KB부동산 월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송파·강동구의 전년 대비 매매가격 변동률은 각각 15.83%, 15.45%를 기록했다.

하지만 하락세는 이들 지역도 비껴가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는 강남2구와의 변동률 격차도 키웠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에 자유로운 서초·강남 수요자와 달리 잠실·강동구는 강남2구의 차순위 지역으로 시장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위 대장주 아파트일수록 가격 하락폭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전용 84.98㎡)는 지난 6월 20억2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9월 찍은 최고가(23억7000만원) 보다 3억5000만원이 떨어졌다. 대단지인 잠실엘스(84.8㎡) 역시 이달 19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8월 같은 층수가 23억1000만원 거래됐다. 2개월 사이 4억원 가까이 실거래가가 하락한 것이다.

강동구는 재건축 이슈로도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 둔촌주공 이슈 등 정비사업 진행이 더뎌지면서 매물이 적체되고 호가가 하락 조정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8월 둔촌주공 전용 83㎡의 입주권은 17억3900만원에 팔리며 지난해 말(23억7000만원) 대비 6억3100만원 하락했다.

용산·서초구 선방에도…"서울, 당분간 하락세"

상대적으로 용산·종로·서초구는 지역 호재로 가격 방어가 됐다. 용산구는 윤석열 정부 들어 집무실 이전과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 한남뉴타운 재개발 등 이슈가 있었고 종로구는 청와대 이전, 서울시 재정비사업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초구 역시 강남권 신축 대단지 아파트, 방배동 재개발 이슈 등이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들 자치구 역시 앞으로 하락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앞에 장사없다"며 "지역적 특성에 따라 차별적으로 움직일 순 있지만 덜 빠지냐 더 빠지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들 자치구도 상승폭이 낮아졌기 때문에 굳건하다기 보다 상대적으로 하락세가 방어됐다고 봐야 한다"며 "전체적으로 매수세가 없어지고 관망세로 접어들면 이들도 비슷하게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서초나 종로구 같은 경우 내년도 하락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서울도 가격이 올라간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시기"라며 "올해 하반기가 가장 어렵고 내년도 조정기를 거치는 시기라고 보면 수요자들이 버틸 시간이 2년 정도 필요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건설부동산부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건설부동산부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