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vs 러, 오늘 'ICT 표준 설정' 국제기구 수장 자리 놓고 대결

미국 측 후보 도린 보그단-마르틴 ITU 텔레커뮤니케이션 개발국장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러시아 측 후보 라시드 이스마이로프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휴대전화, 인터넷, 위성기술 등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정하는 국제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차기 수장직을 두고 29일(현지시간) 미국과 러시아가 맞대결을 벌인다.

28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ITU는 29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사무총장 등 차기 지도부 선출 절차를 진행한다.

1865년 설립된 ITU는 국제 주파수, 위성궤도 배정, 기술표준 개발, 개발도상국 지원 등을 수행하는 유엔(UN) 산하 ICT 전문 국제기구로 193개 회원국이 가입해 있다. ITU가 정하는 표준은 통신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무인기, 자율주행, 가상현실 등 대부분 첨단산업에 적용된다.

이번 사무총장 선거는 미국과 러시아의 양파전이다. 미국은 도린 보그단-마르틴 ITU 텔레커뮤니케이션 개발국장을, 러시아는 중국 화웨이의 러시아 사업 부회장을 지낸 전직 러시아 정부 관료 출신의 라시드 이스마이로프를 후보로 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거를 두고 "전 세계적으로 규제가 비교적 가볍고 상호 연결된 인터넷에 대한 민주주의적 접근 방식과 시민들의 웹 액세스를 통제하려는 권위주의 국가 간의 전 세계적인 갈등의 상징이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번 선거에서 ITU 사무총장직을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와 주요 미국 기업들이 수개월간 로비활동을 벌였으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최근 보그단-마르틴 후보 지지 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성명에서 "차기 ITU 사무총장은 모두가, 특히 개발도상국도 접근할 수 있는 포용적인 디지털 미래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모든 회원국이 미국 후보에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5G를 비롯한 ICT 분야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내준 이유 중 하나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기술표준 분야에서 중국이 관련 국제기구 고위직을 장악하도록 뒀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현 ITU 사무총장인 자오허우린은 중국 공무원 출신으로 2014년과 2018년 선거에서 경쟁자 없이 사무총장직을 맡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러시아의 이스마이로프 후보는 ITU에 제출한 비전 선언문에서 ICT 기술 발전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과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등 인간 중심의 디지털 환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세금 문제부터 AI까지 ITU의 역할을 강화해나가겠다면서 드론 사용과 관련한 국제적으로 통합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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