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기자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에 이어 월트디즈니까지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단일화 바람이 불고 있다.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분산됐던 서비스를 하나의 주력 플랫폼에 결집시켜 일명 '올인원' 생태계를 구축하고 소비자들을 묶는다는 방침이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월트디즈니의 밥 차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궁극적으로 모든 스트리밍 서비스들을 주력 앱인 '디즈니플러스(+)' 앱으로 그룹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이용자별로 촘촘하게 나뉘었던 서비스 칸막이를 제거한다는 의미다.
디즈니는 그동안 마블이나 픽사 등 가족 친화 콘텐츠 중심의 디즈니+와는 별개로 전쟁영화 등을 주력으로 하는 '훌루', 스포츠 중계 중심의 'ESPN+' 앱을 각각 운영해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앱 전환에 따른 불편함을 호소하면서 회사도 고민에 빠졌다.
차펙 CEO는 새 시도를 '하드 번들'로 명명하며 기존 '소프트 번들' 방식과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소프트 번들은 디즈니 계열 스트리밍 앱들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서비스 묶음 할인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앱 통합 움직임은 디즈니뿐만이 아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역시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사 OTT인 'HBO 맥스'와 '디스커버리+'를 합친 통합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파라마운트 글로벌도 '쇼타임'을 폐지하고 콘텐츠를 '파라마운트+'에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WSJ은 보도한 바 있다.
디즈니가 앱 통합을 결정하면서 훌루 지분 정리를 위한 협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WSJ에 따르면 컴캐스트 그룹의 NBC유니버설은 훌루 지분의 3분의 1을 소유하고 있다. 2019년 양사 간 계약에 따르면 디즈니는 2024년부터 컴캐스트 측에 지분을 275억달러의 최저 기업가치 기준으로 매각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반대로 컴캐스트 역시 디즈니 측에 지분 매입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투자사들 역시 디즈니의 올인원 앱 통합 계획에 동의를 표하면서 훌루 지분 인수 작업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차펙 CEO는 "훌루를 디즈니+에 통합하려면 훌루의 완전한 소유권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는 종점에 더 빠르게 도착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