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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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통장을 뜯어보니 전체 자산의 64.4%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금 부자들이 많은 미국의 경우 전체 자산의 71.5%를 금융자산에 투자하고 있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을 활용한 연금 자산 확대에 힘 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금융투자협회의 '2022 주요국 가계금융자산 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은 2021년 말 기준 35.6%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0.8%p 늘었다. 거기에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의 비중은 64.4%를 기록해 대부분의 자산이 비금융자산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자산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현금과 예금이었다. 43.4%를 기록했다. 반면, 금융투자상품은 25.4%로 집계됐다. 이중 20.8%는 주식에 몰렸으며 채권이나 펀드는 둘 다 2.3%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협회 측은 2018년부터 주식 비중이 증가하고 펀드·채권·보험·연금 비중은 완만하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가계의 지분증권이나 투자펀드를 통한 자금운용은 시가평가 등을 배제하고 총 115조원으로(국내주식 87조6000억원, 해외주식 22조9000억원, 펀드 4조8000억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자산가치 변동분까지 반영한 연말 통계를 비교하면 지난해 가계는 총 147조원의 주식을 순취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일본, 영국 등은 50% 이상의 자금이 금융자산에 쏠렸다. 금융자산의 비중은 미국 71.5%, 일본 63%(2020년), 영국 53% 순으로 높았다. 특히 미국의 경우 금융자산 중 현금의 비중은 13.2%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금융투자상품(58.0%)에 쏠렸으며 이중 주식의 비중은 40.2%, 펀드의 비중은 15.5%로 조사됐다. 미국의 경우 주가 상승으로 주식의 자산가치(2조5000억달러)가 증가하면서, 가계 금융자산 중 금융투자상품 비중이 전년 대비 3.9%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부동산 가격도 올랐다. 이에 따라 각 국의 비금융자산은 전년 대비 각각 한국 0.8%p, 미국 1.0%p, 영국 1.6%p, 호주 2.8% 등으로 커졌다.
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은 여전히 주요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으며 금융자산 또한 현금·예금 비중이 높았다"라며 "가계의 안정적인 자산 배분을 위해 장기적으로 비금융자산 비중을 낮추고 최근 도입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 등을 활용해 금융투자상품, 퇴직연금 등 금융자산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