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1인 가구가 늘면서 과일 소비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크기가 큰 과일보다는 작은 과일이, 대용량보다는 소포장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1인 가구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총 717만 가구로 1년 전보다 7.9% 늘었다. 이는 전체 가구 중 33.4%로, 열 가구 중 세 가구가 1인 가구인 셈이다.
이같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과일 인기 판도도 달라지고 있다. 22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전체 과일 매출 중 복숭아가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년 간 모두 수박이 1위, 복숭아가 2위였지만 올여름 복숭아 매출이 22.9% 늘어난 반면 수박 매출은 8.7% 감소하면서 복숭아의 순위가 올라간 것이다.
이마트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1∼2인 가구가 늘면서 수박 소비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크기가 큰 수박 1통을 1∼2인 가구가 소비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양에 대한 부담이 적은 복숭아로 수요가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수박 전체 매출은 줄었지만 블랙망고수박, 까망애플수박처럼 크기가 작은 수박 매출은 11.5% 증가했다.
가격도 인기 과일 순위가 바뀌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9일 도매가격 기준 백도 복숭아(상품, 4.5㎏)는 2만780원으로 1년 전 2만2448원보다 7.4%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박(상품. 1통)은 1만9452원에서 2만4860원으로 27.8% 올랐다.
소매 가격 기준으로도 백도 복숭아(상품, 10개)는 1년 전(2만2800원)보다 1491원 하락한 2만1309원이지만, 수박(상품, 1통)은 1년 전(2만3940원)에 비해 3324원 오른 2만7264원이다. 수박은 고온다습한 날씨로 주요 생산지에서 작황이 부진해진 반면, 복숭아는 올해 생산량과 출하량이 모두 늘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MZ세대 사이에서 복숭아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유명 농원에서 생산되거나 신비 복숭아, 납작 복숭아 등 특정 품종의 복숭아가 인기를 끌면서 '복켓팅'(복숭아+티켓팅)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인기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 티켓팅만큼 구매 열기가 뜨겁다는 의미에서다.
'소포장 상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이에 대형마트는 1·2인 가구가 한 끼에 먹기 적절한 양을 담은 소포장 상품을 농축수산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출시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6월1일부터 15일까지 판매한 수산류 소포장 상품의 매출 비중이 지난 1월 대비 2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축산류와 채소류의 소포장 상품 매출 비중도 각각 320%, 120% 늘었다.
편의점 업계도 1인분 용량의 다양한 식자재를 판매하고 있다. CU는 마늘, 고추, 대파, 모둠쌈, 양배추 등 채소 15종을 소분한 소포장 채소 시리즈 '싱싱생생', 세븐일레븐은 1~2인 분량으로 구성된 야채, 과일, 육류와 수산물 등을 판매하는 신선식품 브랜드 '세븐팜'을 선보였다.
세척이나 칼질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소포장 조각 과일도 인기다. 지난 8일 이마트24는 조각과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 신장했다고 밝혔다. 특히 독신 주택가(58%)와 오피스가(49%), 학원가(38%) 등에서 매출 증가율이 높았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