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내내 선풍기 켜 비트코인 채굴… 法 '화재, 제조사 책임 아냐'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비트코인 채굴기의 열을 식히려고 30일 이상 24시간 내내 작동한 선풍기에서 과열로 불이 났다면, 제조사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최성수 부장판사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선풍기 제조업체 A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1심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B씨는 지난해 10월3일 오후 2시45분쯤 인천 부평구의 한 건물에서 공업용 선풍기에 붙은 화재로 집기와 재고 물품 등이 소실되는 사고를 겪었다.

이 선풍기는 그해 8월27일 B씨가 구매한 A사 제품이었다. B씨는 이를 비트코인 채굴기와 함께 30일 이상 24시간 내내 켜놓고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선풍기 모터 연결 배선상 단락흔(전선이 끊어진 흔적)이 화재 원인일 수 있다"는 취지로 감정했다.

B씨와 보험 계약을 맺은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손해보상금 5000만원을 임시로 지급한 뒤, "선풍기가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제조업체를 상대로 1억4000여만원의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은 현대해상화재보험의 청구를 기각했다. 선풍기가 정상적으로 사용됐다거나, 소비자 측 과실 없이 통상 발생하지 않는 사고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최 부장판사는 "이 사건 선풍기는 유통될 당시 기술 수준과 경제성에 비춰 구조·품질·성능 등이 기대 가능한 범위 내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B씨 등은 선풍기 구매 후 30일이 넘는 기간 비트코인 채굴기와 선풍기를 24시간 가동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풍기가 과열될 가능성이 있어 정상적으로 사용된 상태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정상적인 사용 상태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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