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기자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책임론을 직접적으로 제기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에 대해 자신의 개인적 책임이 없다고 부인했다.
사우디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내가 당시 생각했던 것과 지금 생각하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회담 초반에 그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카슈끄지 암살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는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미국 대통령이 인권 문제에 침묵하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인지에 모순된다는 것을 매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며 "나는 항상 우리의 가치를 옹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무함마드 왕세자는 암살 사건에 개인적인 책임이 없다며 책임이 있는 이들에 대해 이미 조치를 취했다고 답했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이자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인 카슈끄지는 2018년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사우디 요원들에 의해 살해됐다.
미 정보 당국은 암살 배후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목했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를 국제적인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양국관계는 냉랭해졌다.
앞서 이날 사우디 제다에 도착해 알 살람 왕궁으로 향한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 차량에서 내린 후 마중 나온 무함마드 왕세자와 악수 대신 '주먹 인사'를 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 왕따 시대'를 끝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카슈끄지가 소속됐던 WP의 발행인 겸 최고경영자(CEO) 프레드 라이언은 성명을 내고 주먹 인사가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원했던 '부당한 구원'을 그에게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이번 순방 전 코로나19 재유행을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이 악수 등 신체 접촉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무함마드 왕세자와 최소한 악수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선 이스라엘 방문 때 고위 당국자들과 악수하고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찾아 피해 생존자들과 포옹도 했다. 이날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도 악수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에서 자신이 과거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해 언급한 말들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카슈끄지에게 일어난 일은 극악한 것"이라고 재차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방문 성과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사우디와 이스라엘 관계가 정상화로 나아가는 데 진전이 있었다고 했고, 미국과 사우디는 광범위한 녹색 에너지 이니셔티브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석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사우디가 몇 주 내에 조처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 "우리는 러시아나 중국이 채우도록 중동에 공백을 남겨놓지 않겠다"고 전하며 이번 중동 순방이 중국과 러시아 견제 목적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