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기자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국민의힘이 청구한 검수완박법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첫 공개변론이 12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국민의힘 측은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위헌·위법적으로 중대히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측은 심의표결권의 침해가 없으므로, 검수완박법을 가결 선포한 것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고 맞섰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국민의힘이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며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검수완박법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한 첫 공개변론을 열고 국회 측과 국민의힘 측의 의견을 청취했다.
헌재는 '검수완박'과 관련, 국민의힘과 법무부·검찰이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각각 심리하고 있다. 이날 변론 대상은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월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사건이다.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 의원은 "민 의원은 지난해 2월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서 검수완박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며 "또 지난 4월 민주당이 당론으로 제출한 법안 발의에도 참여한 민 의원은 이해관계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 의원은) 제2교섭단체 즉 야당 몫의 조정위원으로 참여했는데,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고자 하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고 이해관계 있는 사람이 다른 쪽에 와서 (안건조정위원회)가 구성된 것이어서 매우 위법·위헌적"이라고 말했다.
또 전 의원은 안건조정위원회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한 것은 중요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안건조정위가 17분 만에 끝이 나는 등 회의 자체가 부존재한 심각한 하자 있었다"며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가 시작하자마자 안건조정위원장 선출의 건을 신청했고 당시 김진표 임시 위원장은 이를 무시하고 안건조정위를 진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의원은 안건조정위를 통과한 검수완박 법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본회의에 상정한 법안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원내대표인 권성동·박홍근 의원이 조정해 수정한 법안과 달랐다는 것이다. 본회의 상정안과 수정안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전 의원은 "법사위 의결안이 본회의 상정안과 다르고 수정안이 일방적으로 민주당에 의해 제출되고 강행 처리됐다"며 "검수완박법은 의회 민주주의 원칙, 적법절차 원칙, 국민 기본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위헌·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지난 4월20일 민주당을 탈당했고,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4월26일 김남국·김진표·이수진 민주당 의원과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무소속'인 민 의원을 조정위원으로 선임했다. 법안은 그날 열린 안건조정위에서 17분만에 가결됐고,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도 차례로 통과했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국회의원의 표결심의권을 침해한 사실이 없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의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측 대리인은 "청구인들은 심의표결에 실질적으로 참여했고 표결에만 불참했기 때문에 침해가 없다"며 "국회의장과의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설령 심의표결권이 일부 인정된 사례에서도 법안 가결 선포행위를 무효로 판단한 사례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 의원의 탈당과 안건조정위 선임은 국회의원이자 위원장인 국가기관으로서 국회 자율권 범위 내에서 자신의 회의체를 구성하는 고유의 권한이며 고도의 정치 행위"라며 "국회법에 위반되는 것이 없다면 국민들은 그걸 존중해야 하고 그 자체를 사법심사 대상으로 삼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재판관들도 양측에 거듭 질문을 던졌다. 이종석 재판관은 2019년 바른미래당 오신환 전 의원이 청구했다가 기각당한 국회의장 상대 권한쟁의심판을 예로 들면서 피청구인 측을 향해 "당시 헌재는 자유 위임 원칙이 언제나 최우선은 아니라고 했다"며 "당시 피청구인이었던 국회의장은 앞선 사건에서와 다른 입장을 취하는 건가"라고 물었다.
국회의장 측이 "국회의원이 공익 실현을 위해 본인 판단대로 행동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에서 가장 존중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하자, 이 재판관은 "그런(조정위 구도를 4대2로 만들려는) 의도로 탈당한 사람을 조정위원으로 지정한 것은 절차적 하자가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지적했다. "국회의원의 자유 위임 원칙이 존중된다고 할 경우 국회의원의 의사결정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도 괜찮느냐"라고도 되물었다.
이미선 재판관은 4월22일 '검수완박' 법안 박병석 의장 중재안에 국민의힘이 당초 합의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국민의힘 측은 "국회의장 중재안에 따른 합의는 국회에 많이 있다"며 "합의를 했다고 해서 법적으로 의무를 지게 되는 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했고, 이후 '검수완박법'의 문제점 때문에 합의가 파기됐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변론은 2시간40여분 만에 마무리 됐다. 참고인으로 나온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민 의원의 탈당이 어떤 목적이었는지 모르지만 본인이 진심으로 탈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본인이 결정했다면 그걸 과연 꼼수 탈당이라고 할 수 있겠냐는 점을 잘 설명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재판관들이 위장 탈당의 문제를 간단하게 보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한편, 법무부와 검찰이 '검수완박법' 자체의 위헌성을 문제 삼으며 지난달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공개변론 역시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헌재 관계자는 "공개변론 내용을 바탕으로 심리를 계속할 것"이라며 "법 시행일인 9월10일 전에 선고할지 여부와 법무부 측 권한쟁의심판 사건과의 병합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