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격화된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핵심임원 사퇴

서울시 중재안 부인한 조합… 구성원 반발에 갈등 격화
법률자문위원 사퇴에도 “뒤에서 영향력 행사할 것”
시공사, 현 조합 대신 정상위와 재개 논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의 내홍이 더욱 격화되는 모습이다. 조합이 서울시 중재안을 전면 부인한 것에 대해 구성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결국 조합 핵심 임원이 사퇴를 선언했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현 조합이 아닌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위원회(정상위)’와 협의체를 구성해 공사재개 관련 사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강정원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자문위원(계약법률TF팀장)은 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강 위원은 "많은 조합원들이 더 이상 제가 자문위원으로 일하지 않기를 바라는 상황"이라며 "그 뜻을 따르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해 자문위원을 사퇴한다"라고 전했다. 강 위원은 그동안 재건축 조합원이 아닌 조합원 가족 지위로서 자문위원직을 수행해왔다.

이는 지난 7일 조합이 서울시의 중재안과 관련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발표하면서 내부 갈등이 더 심해진 여파로 풀이된다. 강 위원이 사퇴하기 전날인 지난 8일에는 김현철 조합장과 조합 수뇌부가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중재안 관련 내용에 대한 실시간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대위변제 등 조합원들이 직면한 문제들은 하나도 해결된 게 없지 않냐"고 거세게 반발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 위원 사퇴에도 시공사업단과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인 정상위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정상위 관계자는 "자문위원이 사퇴했지만 김현철 조합장과 위원 등 수뇌부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라며 "표면적으로는 자문위원직에서 사퇴했지만 강 위원은 앞으로도 조합 수뇌부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조합장을 대신해 자문위원이 조합 대표로 발언하고 공문을 작성하는 것에 대해 구성원들의 불만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시공사, 현 조합 대신 정상위와 재개 논의

정상위는 오는 13일 오후 시공사업단과 ‘조합원 협의체’를 구성해 공사재개와 사업비 연장 문제 등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상위는 "조합이 서울시의 중간발표 내용을 전면부정하고 그간 요구하던 설계변경 및 상가 관련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는 등 협의의 진전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사업비 대출 만기를 앞두고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기존에 시공사업단과 정상위는 협의체 구성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서울시 중재 활동 결과를 기다리며 이를 미뤄왔다. 하지만 현 조합이 서울시 중재안을 거부하자 어떠한 내용의 협의 진행도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리며 다시 협의체 구성을 재개한 것이다. 지난 7일 서울시는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주요쟁점 사항 9개 중 8개에 대해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조합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입장을 번복하면서 갈등이 재점화됐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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