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댓글 여론공작’ 조현오 전 경찰청장 징역 1년6개월 확정

1심, 징역 2년→2심 "일부 댓글 무죄" 징역 1년6개월
대법 "직권남용죄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 법리 오해 잘못 없어"

조현오 전 경찰청장./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 여론공작을 총괄 지휘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1월~2012년 4월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있으면서 보안·정보·홍보 등 휘하 조직을 동원해 정부에 우호적인 글 3만7000여건을 온라인 공간에 달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경찰은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구제역, 김정일 사망, 유성기업노동조합 파업, 반값 등록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제주 강정마을 사태, 정치인 수사 등 여러 사안에 걸쳐 댓글 여론조작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여론대응팀을 조직하고 자신의 지휘 감독을 받는 사람에게 정부나 경찰에 우호적인 댓글들을 작성하게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경찰관들의 자유를 침해해 자괴감을 느끼게 하고 국민의 의사 표현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재판부는 "피고인 행위는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경찰이 국민의 의사형성 과정에 조직적 계획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헌법 질서에 반한다"며 "지휘·감독 권한을 남용해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게 했다"며 "다만 범행 당시 초범이었고, 이미 확정 판결을 받은 사자명예훼손죄 등과 함께 재판받았을 경우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며, 최초 기소된 댓글의 양이 기무사 등 다른 국가기관에서 수행한 ‘댓글 여론 대응 사건’에서 인정된 여론 조작 횟수에 비해 현저히 적은 편"이라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조 전 청장이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각 재직하며 저지른 범행 일부를 포괄일죄로 판단하고, 공소사실에 적시된 일부 댓글을 무죄로 보면서 1심보다 형량을 줄여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일부 댓글 내지 트위터글에 대해 이유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한편 조 전 청장은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뇌물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3000만원을 확정받았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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