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취재본부 이세령기자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1일 창원장애인인권센터가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 27일 사전투표를 위해 경남 창원시 중앙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발달장애인이 투표하기까지 1시간 넘게 실랑이가 벌어졌다.
동행했던 센터 상담가가 선거인은 발달장애가 있고 글자를 몰라 투표 보조를 받아야 한다고 했으나, 손 떨림 등 신체적 불편이 있어야 투표 보조를 지원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성산구 선거관리위원회 직원과의 통화에서도 발달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투표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그는 “여러 장의 투표용지를 한꺼번에 주면 혼란스러워할 수 있고, 글자를 모르기 때문에 선택하고 싶은 사람에게 기표하기 어렵다고 재차 설명했으나 선거사무 지침상 안 된다더라”며 “부정투표가 우려되면 선거사무원도 들어가면 안 되냐고 하니 기표소에 3명이 들어가는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선거사무원은 투표소에 있던 참관인 8명 전원의 동의를 얻으면 투표 보조 지원을 받게 해준다고 했지만 모두 동의받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그러면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없다더라”고 덧붙였다.
또 “1시간 넘게 사전투표소에서 항의하던 중에 경남선관위 직원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투표보조인 지원을 받아 투표하면 된다고 했다”라며 “성산구 선관위는 안 된다, 경남선관위는 된다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라고 불평했다.
센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20년 4월 시행된 제21대 총선 선거사무지침에서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 지침을 아무 공지 없이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2021년 11월 29일 법원에 발달장애인 참정권 긴급구제를 신청해 올해 2월 법원 강제조정을 통해 지난 3월 9일 대선부터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를 재개하란 지시가 내려졌으나 대선에서도 투표 보조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윤창원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연합회 회장은 “글자를 알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은 투표보조원이 어디에 투표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단지 투표용지에 적힌 글자를 읽어주면 되기에 부정투표는 발생할 수 없다”라며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이 발달장애인에게도 꼭 보장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단체는 “발달장애인도 대한민국 유권자다”, “참정권을 보장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 선거사무지침 개정 ▲선거사무원에게 장애인 인식 교육 시행 ▲이해하기 쉬운 선거자료 제공 ▲정당 로고와 후보자 사진 담긴 투표용지 제작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에는 경남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다가올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본 투표일에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를 요구했다.
조영희 실장은 “선거법상 3명이 들어갈 이유가 필요한데, 글을 읽을 수 없단 걸로는 안 된다고 했다”라며 “지방선거 때 투표 보조 제재를 당했을 때 선거인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면 기표소에 함께 들어가게 해주겠단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제재받으면 대부분 포기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뚫고 가족이나 활동 보조인이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조 실장은 “어떤 분은 어린아이처럼 낯선 곳이나 어두운 곳에 혼자 있는 걸 무서워한다”라며 “장애 정도와 상황, 특성이 모두 다른데 지금처럼 손 떨림이나 시각장애 등만 투표 보조 지침에 있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투표 보조가 필요할 경우 요청할 수 있게 안내 표지판 등 설치를 요구했으나 당장은 반영되기 어려울 것 같다”라며 “이번 투표 때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주의해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