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반도체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2차원 탄소 동소체를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이효영 나노구조물리 연구단 부연구단장(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이 반도체 특성을 띠는 새로운 2차원 탄소 동소체인 ‘홀리그래파인’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반도체 구현이 어려운 그래핀의 단점을 보완하는 물질을 합성함으로써 광전자공학, 촉매,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탄소 동소체는 다이아몬드와 흑연이다. 그래핀, 풀러렌, 탄소 나노튜브 등 현대에 발견된 다양한 탄소 동소체는 나노물질 과학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그래핀의 전자 이동 속도는 실리콘의 140배에 이르고 강도는 강철의 200배에 달하여 꿈의 소재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그래핀은 밴드갭이 없어 반도체로 사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밴드갭이 존재해야 때로는 전기를 통하게 하고 때로는 통하지 않게 하는 반도체로 활용할 수 있다. 그래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빠른 전하 이동 속도를 가지는 동시에 밴드갭 조절이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2차원 탄소 동소체를 찾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래핀에 물리적·화학적 방법으로 구멍을 생성하면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여 밴드갭 조절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도 이어지고 있다. 이 물질을 ‘홀리그래핀(holey graphene, 구멍이 있는 그래핀)’이라 한다. 그러나 홀리그래핀은 '구멍'의 크기와 분포가 균일하지 못해 원하는 특성을 구현하기가 어렵다.
연구팀은 기존 그래핀에 구멍을 내는 방식이 아닌, 원자 단위로부터 탄소 재료를 새롭게 합성하여 규칙적으로 구멍을 생성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합성한 물질을 ‘홀리그래파인’라 이름 붙였다. 홀리그래파인은 벤젠 고리(6개의 탄소원자로 이루어져 있는 고리)가 삼중 결합(C≡C)으로 번갈아 연결되어 있으며, 6각형 고리와 8각형 고리의 패턴이 동일한 비율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6단계 반응을 거친 ‘1,3,5-트리브로모-2,4,6-트리에틸벤젠’ 단분자를 이용해 물과 디클로로메탄으로 구성된 두 가지 용매의 계면사이에서 초박형 2차원 반도체 홀리그래파인을 합성했다. 홀리그래파인의 밴드갭은 1.1 eV로 실리콘 밴드갭(1.12 eV)과 유사하다. 또 전하 이동 속도는 그래핀과 유사해(계산결과 104 cm2v-1s-1로 예측됨) 반도체 재료로 적합함을 확인했다. 홀리그래파인은 뛰어난 반도체 특성과 삼중결합 및 공액 결합 구조를 갖고 있어 광전자공학, 촉매,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효영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성과는 초박형 단결정을 최초로 합성함으로써 새로운 유형의 2차원 탄소 동소체의 설계 및 합성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탄소 동소체 연구로 실리콘을 넘어서는 차세대 반도체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셀(Cell) 자매지인 '매터(Matter, IF 15.589)'에 19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