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시장 혼란 야기'…韓웹툰 플랫폼 견제나선 佛

단행본 e북 서비스에
다른 가격 책정한 게 문제
佛, 정가제 내세워 규제 강화
네이버·카카오, 역량 집중
세계 만화 2위 시장 적극 공략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세계 만화 시장 2위인 프랑스에서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한국 웹툰이 때 아닌 ‘도서정가제’ 논란에 휩싸였다. 현지 언론은 "웹툰이 도서 시장의 주요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웹툰, 프랑스 도서정가제와 충돌

12일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따르면 프랑스 당국이 웹툰 플랫폼 서비스와 도서정가제의 저촉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전개하는 웹툰이 출판물의 가격을 규제하는 도서정가제 논란에 휩싸인 배경에는, 단행본을 e북으로 서비스하며 가격을 다르게 책정해 문제가 됐다.

프랑스에서 법에 의해 가격이 보호받는 재화는 바게트와 책뿐일 정도로 출판 시장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다. 프랑스는 1981년부터 도서정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출판사는 도서정가를 정해 표시하고, 소매상은 이러한 정가의 5% 내에서 할인해 판매할 수 있다. 네트워크를 이용한 대여 또는 구독방식의 전자도서는 도서정가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프랑스에서 웹툰 서비스에 나선 카카오픽코마의 경우 단행본을 e북으로 서비스 하는 부분이 도서정가제 저촉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픽코마 관계자는 "아직 당국과 도서정가제와 관련한 논의는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당국에서 조사 등 요청이 있으면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웹툰, 도서 시장 혼란 야기한다"

프랑스는 도서정가제를 빌미로 한국 웹툰 플랫폼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웹툰 플랫폼이 자체 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같은 작품을 감상하더라도 이용방식에 따라 가격이 다양하게 적용되면서다. 코인은 충전 금액에 따른 할인 적용, 일정 기간마다 무료 생성 되는 등 기존의 출판물 사업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경제 시스템을 보여주며, 이 같은 시스템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의 한 언론은 "웹툰은 디지털 버전으로만 존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도서정가제 규제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웹툰 플랫폼의 결제 시스템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어 "사용자가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코인을 축적할 수 있는데, 이는 작은 서점을 비롯해 온라인 판매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도서 시장의 주요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국이 웹툰 플랫폼 모델을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네이버·카카오 "규제 넘어선다"

프랑스 당국이 웹툰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본격화하고 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프랑스 시장에 더욱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프랑스는 2020년 종이만화책 시장 기준 전 세계 2위 규모일 정도로 만화에 대한 사랑이 크다.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든 웹툰의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프랑스에서는 한국 계열인 웹툰 플랫폼 ‘웹툰 라인(네이버·라인)’ ‘델리툰(키다리 스튜디오)’와 현지 업체가 세운 ‘웹툰 팩토리’ ‘베리툰’ ‘이즈네오’ 등이 경합하고 있지만 독보적인 1위 업체는 없다. 지난 3월부터는 카카오픽코마가 경쟁에 합류하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네이버는 올 상반기 프랑스에 유럽 총괄법인인 웹툰EU(가칭)를 설립할 계획이다. 오는 7월에는 프랑스, 하반기엔 독일에서 웹툰 공모전을 열어 유망 웹툰·창작자를 발굴하며 유럽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카카오픽코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지식재산권(IP)을 비롯한 인기 웹툰을 현지에 선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유럽의 디지털 만화 시장 규모는 매년 꾸준히 늘어 올해 전 세계의 26.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디지털 만화, 종이책 만화를 포함한 만화 시장 규모가 지난해 기준 2억9800만달러(3570억원)로 유럽 국가 중 최대인 프랑스는 유럽의 디지털 만화 확산의 거점으로 기대받는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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