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현기자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신성이엔지 용인공장. 국내 최초 클린에너지 기반 스마트공장인 이곳엔 모든 건물 옥상과 유휴부지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총 639KW 태양광 발전 설비와 1200kWh 용량의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전체 공장 전력소비의 40%를 충당한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전기료가 저렴한 심야시간에는 한국전력에서 전기를 구입해 사용하고 가장 비싼 낮시간대엔 태양광 발전으로 자체 충당한다"면서 "ESS에 유휴전기가 충분할 경우 우리가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팔기도 한다"고 전했다.
1977년 설립된 신성이엔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자동화장비·클린룸설비·태양광 모듈 등 첨단산업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스마트팩토리로 구축된 용인공장은 2016년 준공됐다.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대형 모니터에 생산라인을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처럼 구축한 3D 영상이 흘러나온다. 화면에 움직이는 노동자 머리 위엔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체력게이지바'가 보인다. 노동자가 제품을 들어 올리거나 이동해 체력을 소모하면 게이지가 줄어드는 식이다. 이는 용인공장에 구축된 'CPS'(Cyber Physical System)로 노동자의 작업동작을 프로그램화 해 실시간 발생하는 작업 부하나 시간 등을 측정, 업무 효율화를 꿰하는 시스템이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노동자의 체력게이지가 많이 줄어들면 생산요소를 더 투입하는 방식"이라며 "표준 작업시간과 실시간 작업시간을 비교해보고 검증해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용인공장의 주요 생산품은 클린룸 장비다. 클린룸이란 공중의 미립자·공기의 온도와 습도·실내 압력 등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제어한 공간이다. 반도체·2차전지·바이오 등 첨단소재 분야는 미세먼지 하나가 불량을 일으킬 정도로 엄격한 관리가 요구되기 때문에 최근 관련 업계에서 클린룸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신성이엔지는 클린룸 주요 장비인 '산업용 공기청정기'(FFU) 시장에서 60% 이상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공장 한켠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으로 보낼 제품이 포장돼 배송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신성이엔지는 지난달에만 삼성물산,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으로부터 총 771억원 규모의 클린룸 장비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산업현장에 스마트공장 구축 소식이 전해지면 노동자들은 달갑지만은 않다. 로봇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 탓이다. 업종을 망라한 디지털 전환으로 무인화·자동화가 시대적 소명이 된 요즘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신성이엔지 용인공장에서 만난 노동자들 사이에서 이런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았다.
용인공장이 들어선 2016년 당시 직원수는 40여명. 현재 직원수는 54명으로 되레 10여명이 늘었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스마트공장 구축 이후 10여명 이상 감축 가능하다는 계산이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면서 "기존 노동자들이 단순 조립작업을 했다면 이제는 설비를 운용하는 엔지니어로 업무가 바뀌면서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고 시스템도 더 고도화 됐다"고 강조했다.
공장 내 한 생산라인에는 '협동로봇'(Cobot)이라는 설비가 있다. 통상 사람 옆에 로봇이 있으면 자칫 물리적 충돌에 따른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가까이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화·경량화 한 협동로봇은 작업자에 피해를 전혀 주지 않는다고 한다. 작업자가 근처에 오면 스스로 멈추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협동로봇은 한 노동자 옆에서 제품의 상태를 스캔하더니 로봇팔로 볼트를 조이는 단순작업을 빠르게 처리하고 있었다. 이 밖에 무인운반차(AGV)와 자율주행 물류로봇 등도 노동자와 '따로 또 같이' 작업하며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신성이엔지 용인공장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K-스마트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K-스마트등대공장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대기업 위주로 선정하는 ‘글로벌 등대공장’을 벤치마킹 한 중소·중견기업 중심 선도형 스마트공장이다. 용인공장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내년까지 스마트공장 고도화 관련 비용으로 최대 12억원을 지원받는다.
올해로 28년째 근무중인 박덕준 신성이엔지 용인공장장(56·사진)은 "중견·중소기업에서 이정도 수준의 스마트공장 구축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려는 많은 중견·중소기업들이 컨설팅 요청을 해오고 있어 지원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이후 신성이엔지의 연간 생산량이 210% 늘었고 불량률은 97% 줄었다. 2017년 1인당 생산수는 0.94대였으나 지난해 기준 1.51대까지 늘었다는 게 박 공장장의 설명이다. 박 공장장은 "올해는 공정자동화율 80%를 달성하는 게 목표"라며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면서 스마트공장 고도화율도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용인=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