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석기자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6·1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국회의원직 사퇴가 이른바 검수완박법(검찰수사권 완전박탈법안) 본회의 절차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더불어민주당은 회기쪼개기로 맞서는 모양새인데, 의원들이 사퇴할 경우 새 회기마다 의결정족수가 달라져 민주당이 무제한 토론 종료를 위한 매직넘버를 오히려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달 3일 이전에라도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안 등 검수완박법안 처리가 가능해진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다음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국회의원을 관두고 출마하는 의원은 현재까지 6명이 확정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2명(오영훈, 이광재) 국민의힘 소속 의원 4명(김은혜, 김태흠, 박완수, 홍준표)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29일 결과가 나오는 서울시장과 전북지사 후보 경선에 따라 2명이 추가로 사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의원직 사퇴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무제한토론을 종결시킬 수 있는 의결정족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300명 의석의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명의 동의가 있어야 무제한토론을 강제로 종료할 수 있지만, 사퇴 절차가 진행되면 전체 의석 감소와 함께 의결정족수 역시 176~178석으로 준다. 이미 경선이 마무리됐거나 후보가 조기에 결정된 5명(국민의힘 4명, 민주당 1명)은 국회의장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27일 제주지사 후보로 정해진 오영훈 민주당 의원 등의 경우 아직 사퇴 절차를 시작하지 못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필리버스터 종료를 위해 필요한 매직넘버 180석을 민주당이 확보했는지에 관심을 뒀다. 현재는 정의당의 동의 없이 최대 179석(민주당 171석, 민주당 출신 무소속 6석, 기본소득당 1석, 국민의당 1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퇴서 처리 방식에 따라서는 매직넘버를 확보할 수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사퇴는 국회가 소집된 기간에는 본회의 표결로 처리하고, 소집되지 않았을 때는 국회의장이 결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의장이 다음 임시회가 열리는 30일 이전에 5명 사퇴를 박병석 국회의장이 승인하면 필리버스터 종료가 가능한 의석은 177석으로 이론상은 가능해진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경우 이런 이유로 사퇴서 제출 시기 등을 두고 지도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내심 할 수만 있다면 필리버스터를 종료하고 법안을 조기에 처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다음달 3일 국무회의 이전에 법안처리가 가능해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하는 등 정치적 부담을 지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필리버스터 종료 카드를 꺼내들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필리버스터 종료를 위해서는 무기명 투표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당내 이탈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이외에도 30일 이전 국회의원 사직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지역구는 거의 1년간 국회의원이 없게 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