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내부, 대통령·국회의장에 직접 연명 호소문 전달 추진

문재인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김대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 법률안거부권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연명으로 호소문을 제출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18일 권상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46·사법연수원 32기·부장검사)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대통령, 국회의장께 보낼 호소문 작성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권 과장은 "검찰구성원들과 양식있는 국민들의 진정어린 호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입법독주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마지막 관문인 대통령과 국회의장에 호소문을 작성해 전달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검찰구성원들께 부담만 드리는 헛된 시도일 수도 있지만 끝까지 포기하시지 말고 많은 검찰구성원들께서 동참해주시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권 과장은 "샘플로 양식을 첨부해 보았으나 이 양식에 구애받으실 필요는 전혀 없다"며 "각 청 기획검사님 또는 서무계장님께서 각 청 호소문을 취합하신 뒤 이번 주 수요일까지 대검 정책기획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과장은 해당글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과 '국회의장께 드리는 호소문'을 첨부했다.

따옴표<대통령님께 드리는 호소문>
존경하는 대통령님,
172석의 다수당이 소속 의원 전원의 서명을 받아 검찰수사 폐지 법안을 발의하여 4월 강행처리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검찰이 모든 수사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할 이유가 있고,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희가 막을 도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조금만 더 조사하면 끝날 사건을 왜 굳이 경찰에 보내서 조사하게 하고, 그 조사가 부족하면 검찰이 또 경찰에 반려하게 해서 국민들을 몇 번이고 힘들게 해야 하는지,70년 긴 세월 시행된 제도를 없애는데 왜 양식있는 시민사회의 염려를 귀담아 듣지 않는지, 왜 헌법이 정한 검찰제도를 파괴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후퇴시키는지, 그렇게 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이제는 대한민국의 어느 누구도, 대통령님과 국회의장님을 제외하고는 국회의원 172명 절대다수의 입법독주를 막을 수 없습니다. 너무나 무거운 짐이겠지만 큰 뜻을 품고 정치를 시작했던 첫날의 마음을 잊지 마시고, 대한민국 헌법과 헌법정신의 최후의 보루로서 위헌적이고 국민불편만 가중하는 법안 통과를 막아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립니다.2022. 4. 18.검사 권상대<국회의장께 드리는 호소문>존경하는 국회의장님,172석의 다수당이 소속 의원 전원의 서명을 받아 검찰수사 폐지 법안을 발의하여 4월 강행처리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검찰이 모든 수사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할 이유가 있고,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희가 막을 도리는 없습니다.그러나, 검찰이 조금만 더 조사하면 끝날 사건을 왜 굳이 경찰에 보내서 조사하게 하고, 그 조사가 부족하면 검찰이 또 경찰에 반려하게 해서 국민들을 몇 번이고 힘들게 해야 하는지,70년 긴 세월 시행된 제도를 없애는데 왜 양식 있는 시민사회의 염려를 귀담아 듣지 않는지, 왜 헌법이 정한 검찰제도를 파괴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후퇴시키는지, 그렇게 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이제는 대한민국의 어느 누구도, 국회의장님과 대통령님을 제외하고는 국회의원 172명 절대다수의 입법독주를 막을 수 없습니다. 너무나 무거운 짐이겠지만 합리적인 의회주의자로서 여·야 협치를 항상 강조하셨던대로, 대한민국 헌법과 헌법정신의 최후의 보루로서 위헌적이고 국민불편만 가중하는 법안 통과를 막아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립니다.2022. 4. 18.검사 권상대

한편 검찰에서 수사권 조정 등 형사사법제도와 관련한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권 과장은 지난 8일에도 "검수완박 관련 상황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수완박'에 대해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고 지적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당시 권 과장은 "검수완박 법안의 핵심은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인데, 복잡하고 비용이 드는 중대범죄 수사청 설치는 유보하고 우선 검찰 수사권 폐지만 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며 "검찰 수사권 폐지는 형소법 제196조를 중심으로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한 형소법, 검찰청법 규정들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는 시행된 지 1년밖에 안 되는 새 제도를 안착시킬 때라거나, 국민 불편만 더욱 가중된다거나, 중대범죄 대응이 무력화될 것이라거나, 정보와 수사를 한 손에 쥔 경찰권 남용 소지가 있다는 등의 말씀을 일일이 세세하게 되풀이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개국 이래 70년 검찰 역사와 제도를 형해화시키고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도 다수당이 마음을 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과 별다른 방법도 없이 또다시 의원님들에게 사정하고 곱지 않은 민의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우리 검찰 구성원들의 처지가 너무 안타깝고, 실무자로서 죄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이 법안과 심의절차가 과연 우리 헌법과 국회법이 용인하는 것인지, 우리 가족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상식과 양심이 존중받는 사회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사회부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사회부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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