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윤기자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수천 개의 파이프와 수십 개의 스톱, 스톱 하나 당 한 건반이 여러 그룹의 파이프와 연결돼 수십 개의 소리를 내는 악기. 프랑스 작곡가 샤를 마리 비도르는 이 복잡한 파이프 오르간을 두고 “오르간을 연주하는 것은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머금은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 규모와 웅장함 때문에 파이프오르간을 갖춘 공연장은 많지 않아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들은 각 대륙의 오랜 오르간을 찾아 연주하는 특권을 누린다.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오르가니스트로 손꼽히는 영국 출신 거장 데이비드 티터링톤이 한국 팬들과 만난다. 2020년 내한공연이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되면서 2년 만에 한국을 찾는 티터링톤은 영국 파이프 오르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날 수 있는 무대를 준비했다.
영국 왕립음악원 오르간 총 책임자이자 런던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데이비드 티터링톤은 영국 세인트 올번스 국제 오르간 콩쿠르 페스티벌의 예술감독 뿐만 아니라 런던 웨스트 민스터 스미스 스퀘어 중앙에 있는 세인트 존 스미스 스퀘어 교회의 오르간 큐레이팅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솔리스트로 세계 각국을 다니는 순회 연주활동까지 더해져 티터링톤의 1년은 쉴 틈 없이 돌아간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오르가니스트라는 세간의 평에 걸맞게 연주 일정이 꽉 찬 그가 5월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이미 연세대 객원 교수 경력과 내한공연 및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오르가니스트인 티터링톤은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 심사에 참여하는 등 한국과 꾸준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영국 르네상스 시대 뛰어난 작곡가로 인정받는 윌리엄 버드의 <나의 귀부인 네벨스> 작품집 중 ‘환상곡’을 선보인다. 또한, 현대 영국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케네스 레이톤의 찬가, 엘가의 오르간 소나타 G장조 1악장, 그리고 1905년 트라팔가 해전 100년을 기념하기 위해 헨리 우드가 작곡한 영국 해가에 의한 환상곡을 연주한다.
아울러 현대 작곡가 노먼 코커의 대표작 튜바 튠, 프랭크 브리지의 오르간을 위한 3개의 소품 중 아다지오 E장조, 주디스 와이어의 에트릭 뱅크스 등을 들려준다. 이외에도 잦은 영국 방문을 통해 19세기 낭만시대 영국 오르간 음악에 큰 영향을 끼친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사도 바울> 서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공기의 흐름, 그리고 연주자의 영혼과 숨결이 빚어내는 파이프 오르간은 우주와 닮은 소리를 낸다. 솔리스트이자, 예술감독, 교수라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더욱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음색의 조합을 펼쳐 온 데이비드 티터링톤의 연주는 팬데믹 이후 다시 열리는 첫 내한 오르간 리사이틀이라는 점에서 오르간의 신비로운 음색을 그리워했던 많은 음악팬들에게 벅찬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데이비드 티터링톤의 오르간 리사이틀은 5월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