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이달 소비심리 12.3P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
레고랜드 사태 이후 2년1개월 만에 최저치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돼야 소비심리 회복"
비상계엄 사태로 이달 소비심리가 2020년 3월 팬데믹 이후 최대폭으로 악화됐다. 향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빠르게 해소되어야 소비심리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보다 12.3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폭 하락이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6개의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장기평균치인 100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12월 CCSI는 레고랜드 사태가 있었던 2022년 11월(86.6)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CCSI는 지난 6월(100.9)부터 7월(103.6), 8월(100.8), 9월(100.0), 10월(101.7), 11월(100.7) 꾸준히 100을 상회하며 낙관세를 유지해 왔지만 이달 들어 비관세로 전환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처럼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하락했던 때와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건 아니지만 낙폭으로 보면 최근 들어 많이 떨어졌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빨리 해소되고 안정을 찾아가는지에 따라 소비심리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우리나라 수출 둔화 우려에 더해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낙폭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경기전망 심리 크게 악화…현재경기판단CSI, 4년9개월 만에 최대폭 하락
특히 경기전망에 대한 심리가 크게 악화됐다. 12월 현재경기판단CSI는 52로 전월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0년 3월(-28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향후경기전망CSI는 56으로 전월보다 18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22년 7월(-19포인트) 이후 최대폭 하락이다.
취업기회전망CSI 또한 65로 전월보다 14포인트 하락했다. 2022년 7월(-17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12월 소비지출전망CSI는 102로 전월보다 7포인트 떨어졌다. 국내 정치 상황 불확실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여행비(-8포인트), 외식비(-6포인트), 내구재(-3포인트) 등의 소비심리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전망CSI는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 둔화, 서울 아파트 거래 감소 등으로 전월보다 6포인트 하락한 103을 기록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전망인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대를 유지했지만 환율 급등과 공공요금 인상 우려가 확산되면서다. 3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전월 대비 0.1% 상승했고,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과 동일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전국 도시 2500가구(응답 2271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는 지난 14일 진행된 2차 탄핵소추안 표결 이후 심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황 팀장은 “조사 기간은 지난 10일부터 17일이었으나 90% 이상의 응답이 13일까지 들어왔다”며 “가결 이후의 심리는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