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민기자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던 송도의 청약시장 열기도 급속히 가라앉고 있다. 100가구가 넘는 무순위청약(줍줍)에서도 수요가 부족해 또 다시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가며 중도금 대출이 막힌데다 공급물량이 쏟아지면서 관망세가 짙어진 것으로 보인다.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129가구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 럭스오션SK뷰’는 15가구가 미달됐다. 미달이 발생한 3개 면적대는 모두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형이다. 53가구를 모집한 84㎡E는 47명이 신청해 6가구가 미달됐고, 84㎡B는 18가구 모집에 10명이 접수해 8가구가, 84㎡C도 25가구 모집에 24명이 청약해 1가구가 미분양됐다.
이 단지는 지난 2월 1114가구 일반공급에 나섰지만 이 중 129가구가 미계약됐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4㎡(전용면적) 면적 분양가가 9억원에 육박해 은행 중도금 대출이 어려워지면서다. 전용 84㎡ 분양가는 8억3300만~9억1000만원에 형성됐다. 여기에 발코니를 확장하거나 시스템에어컨 설치 등 유상옵션이 추가되면 대부분의 가구가 9억원을 넘기게 된다.
무순위 청약은 입주자 모집 이후 미계약이나 부적격 등의 이유로 발생한 잔여 가구 물량에 대해 새롭게 분양 신청을 받는 것을 말한다. 청약통장 보유, 무주택 여부 등 자격 제한 없이 만 19세 이상에 해당 지역권에 거주 중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최근 송도 일대에서 미분양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39가구를 일반분양한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는 첫 청약을 받은지 5개월이 지나도록 주인을 찾지 못하고 미분양 상태다. 지난해 말 청약을 받았던 ‘송도자이 더 스타’도 530여가구가 계약을 포기한 바 있다.
이런 현상은 송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강북지역에서도 미분양이 늘고 있다. 전날 198가구에 대한 무순위청약을 진행한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또 다시 31가구가 미달됐다. 지난달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는 ‘북서울자이폴라리스’가 미계약분 18가구에 대한 무순위청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값이 지난해 말부터 주춤하면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영향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는 1월 다섯째 주부터 10주 연속 하락하며 -0.23%를 기록했다. 인천의 경우 마찬가지로 10주 연속 하락·보합세를 나타내며 아파트가격이 -0.20% 떨어졌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인천지역 내 공급물량이 급격히 늘고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다보니 ‘옥석가리기’가 시작된 분위기”라며 “여기에 내년에는 더 많은 물량이 공급되고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대출부담도 커지면서 계약 포기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