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현기자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 서울 전역을 가상부동산 타일로 나눠 투자·임대·광고수익 등을 얻도록 개발된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 플랫폼 ‘세컨서울’. 사전신청 가입자가 25만명에 달할 정도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최근 세컨서울을 개발한 회사 대표와 임원진들이 100억원대 가상부동산을 사전 배분한 사실이 본지 보도에 의해 드러났다.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정황도 확인됐다. 모회사는 이들을 형사고소했다.(☞)
#. 메타버스와 대체불가능토큰(NFT)을 결합한 가상부동산 플랫폼 ‘메타버스2’. 유저간의 자산거래를 통해 수익을 얻거나 메타토큰 채굴 등이 가능해 최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 유저가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더퓨처컴퍼니를 고소했다. 그는 이자율 허위광고와 자전거래를 통한 시세조작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가상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메타버스 열풍에 힘입어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 관련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지만 이들의 사업을 감시할 법적 장치가 부재해 갈수록 피해자만 양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메타버스 가상부동산 거래 서비스를 출시했거나 준비중인 업체는 엔비티·위에이알·오픈메타·더퓨처컴퍼니·식신·메타랙스 등이다. 구글·픽스올·디센트럴랜드 등 글로벌 업체들이 일찍이 관련 서비스로 성공을 거두자 최근 이들의 사업모델을 비슷하게 본 뜬 플랫폼이 많아지고 있다.
서비스 유형은 크게 두가지다. ‘더 샌드박스’나 ‘디센트럴랜드’처럼 가공의 세계를 만들거나 ‘어스2’처럼 실제 국가나 도시를 가상 공간에서 그대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가상부동산 매매는 땅을 타일단위로 나누거나 청약을 통해 건물을 분양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가상부동산 투자는 그야말로 광풍이다. 국내 업체 오픈메타가 서비스하는 오픈메타시티에서 최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 리버하임’에 대한 청약을 진행한 결과 68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실세계에서 2016년 진행된 이 아파트 평균경쟁률(89.5 대 1)의 약 7.6배에 달하는 수치다.
2020년 11월부터 서비스 된 ‘어스2’는 현실의 지구를 그대로 본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구글 어스’ 지도와 동일한 맵에서 지구상의 모든 토지를 100㎥ 크기의 타일로 쪼개 매매되는 형태다. 지난 1일 기준 한국 국적 투자자들의 어스2 가상부동산 자산규모는 1366만3482달러(약 166억원)로 전 세계 1위다. 현재 청와대 부지의 타일당 가격은 2000만원이 넘는다.
문제는 이렇게 매입한 가상부동산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상부동산이나 이에 기반해 발행되는 NFT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상 가상자산에 해당되는지 아직 불명확하다. 이런 서비스가 게임인지, 커머스인지, 단순 홈페이지에 불과한지 등에 관해서도 합의된 기준이 없다. 이 때문에 서비스가 갑자기 종료되거나 해킹당할 경우 보상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서비스 개발자가 가상부동산을 빼돌리거나 자전거래로 특정 지역의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종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최근 국내외 메타버스 서비스에서 거래대금을 갈취하는 이른바 ‘스캠’ 사기가 극성인 것도 같은 이유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높지 않은 개발비용으로 많은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게 타일거래 유형의 가상부동산"이라며 "세밀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단순 홈페이지 수준의 서비스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세컨서울의 100억대 가상부동산 사전배분의 경우도 유저에게 사전에 공지했으면 모르겠지만 전체가 시장논리에 의해 판매될 것처럼 해놓고 일부를 독식한 게 문제"라며 "현재로서는 이런 행위를 차단할 법적·제도적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나마 유저들이 사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와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가 잘 갖춰진 서비스를 택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권혁준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가령 메타버스 내에서도 내가 산 부동산이 개발호재나 고도제한 등으로 급등락 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규칙이 촘촘히 마련된 곳일수록 위험도는 낮을 것"이라면서 "현실세계의 공동주택 관리단에서 집이 2채면 투표권이 2개이듯 가상세계에서도 이 같은 거버넌스가 잘 구현돼 있는 곳일수록 신뢰도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