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 취항 LOT 폴란드항공 여객기 '엔진 설계 결함' 드러나‥ 운항은 버젓이

비행 취소로 대기 승객들 30시간 만에 파리 도착‥ 총 17시간 대기
항공 전문가, "엔진 설계 결함은 중대 사안‥ '정비 과실' 의심도"
국토부, "우리 업무 아냐‥ 피해 보상 청구는 승객이 알아서…"

LOT 폴란드 항공 로고

[아시아경제 라영철 기자] 인천공항과 유럽을 정기 운항 중인 폴란드 항공(LOT) 여객기에서 '엔진 설계 결함'이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해당 항공기는 보잉사의 B787-8기종으로 확인됐다. 폴란드 항공이 운항 중인 '엔진 설계 결함' 비행기가 몇 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폴란드 항공은 인천 취항 노선을 포함해 B787 기종만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해당 항공편을 이용하려다 비행 취소로 피해를 입은 승객들의 항의 과정에서 확인됐다.

최근 폴란드 항공이 보내온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1일 오전 11시 40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바르샤바 경유, 파리행 LO 098편 항공기 엔진에서 설계 결함이 발견됐다.

폴란드 항공은 승객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이같이 밝힌 뒤 "LO 098편의 취소는 항공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발생했음을 알려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항공기 엔진의 설계 결함이 공개됨에 따라 항공사는 제조사(i.e. Rolls-Royce)의 지침을 따라야 했음을 알려 드린다"며 "결함 부품을 교체하려면 엔진을 제조업체에 보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엔진 설계 결함' 을 밝힌 폴란드 항공 회신 문서 [승객 제보]

항공 사고는 발생하면 대형 사고인 점으로 볼 때 엔진 결함 사실을 비행 전에 알게 돼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하지만 엔진 결함 비행기가 결항 당일 첫 비행이 아니었다면, 폴란드 항공은 문제의 비행기를 계속 운항해 왔다는 것.

항공 정비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비를 하고도 엔진 설계 결함을 몰랐거나 뒤늦게 알았다면 정비 과실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국내 한 항공사 소속 정비 전문가는 폴란드 항공이 밝힌 내용에 대해 "영문 표현상 '설계상의 결함'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면서 "설계상의 결함은 매우 민감하고 중대한 사안이므로 항공사들이 왠만해선 그런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단순 기계 부품 결함도 허용해선 안될 항공 정비에서 '엔진 설계 결함'이 발견됐다면 아마도 같은 엔진 기종을 보유한 전 세계 항공사들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 기종은 모두 운항이 중단되고 해당 항공기 제작사는 엄청난 보상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항공기 '엔진 설계 결함' 내용 [승객 제보]

그러나 폴란드 항공은 LO 098편 결항 이후, 인천공항~바르샤바~파리를 주 4회 정상 운항 중이다.

폴란드 항공 측은 문제의 항공기를 포함해 엔진 설계 결함 관련한 취재진의 물음과 반론 기회 부여에 아무런 정보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향후 설계 결함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폴란드 항공이 왜 굳이 '통제할 수 없는 엔진 설계 결함'이라 했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다.

만약 승객들에게 피해 보상을 안 해 주려고 애매한 규정을 내세워 거짓 해명한 사실이 드러나면 폴란드 항공의 기업 윤리와 도덕성에 치명적인 오류와 함께 법적 책임까지 질 수도 있다.

앞서 파리행 LO 098편 결항으로 승객들은 인천에서만 9시간 이상을 기다렸다가 대체 항공편을 이용하거나 하루 늦게 출발했다.

당일 자정에 출발한 승객들의 경우, 14시간이면 갈 수 있는 파리에 대체 항공편을 이용하는 바람에 대기 시간만 17시간(인천공항 9시간, 암스테르담 6시간, 바르샤바 2시간)에다 비행시간 13시간을 합쳐 무려 30시간 만에 도착했다.

출국전 LO 098편 결항으로 공항에서 대기 중인 승객들 [승객 제보]

또 48시간 유효 기간의 코로나 음성 확인 PCR 검사도 다시 받아야 했고, 대체 항공편으로 수화물을 옮기는 과정에서 항공사 실수로 화물 운송 비용을 이중으로 결제했다가 돌려 받는 일도 벌어졌다.

피해 승객들은 "이륙 30분 전쯤부터 4시간 넘게 항공사 측이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면서 "정확한 상황을 알려주지 않아 향후 계획 변경과 대처를 힘들게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런데도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국토교통부는 상황 파악도 못한 채 항공사 입장만 대변하고 있어 승객들의 피해를 막을 항공사 관리가 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

항공산업과 담당 사무관은 "항공사로부터 의견을 받았는데 승객들한테 불편을 끼친 점은 죄송하다고 했다"고 전하면서 "승객 피해 보상은 국토부에서 관여할 사항이 아니고 한국소비자원에 신청하면 된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외항사 서비스 수준은 국내 항공사보다 크게 뒤떨어져 이용객들의 불만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 "국토교통부가 항공사에 대한 평가와 제재 권한은 있지만, 실제 공항에 나와 관리 감독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LO 098편 결항으로 대체 항공편을 기다리기 위해 승객들이 인천공항 인근 호텔에 도착해 버스에서 화물과 짐을 내리고 있다 [승객 제보]

한편,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항공사 여객 운송 서비스 평가(2019년 상반기 이용자 만족도)에서 폴란드 항공은 평가 대상 82개 항공사 중 60위로 하위권이다.

또한 외국적 항공사(유럽 노선) 정시성 평가 대상에는 아예 제외됐다.

경기북부=라영철 기자 ktvko2580@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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