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러 반도체 수출제한' 움직임…국내 기업들 긴장

백악관, 미 반도체협회에 "대러 수출제한 준비하라" 통보
반도체 수출규모 미미하지만 세트상품 등 파급 불가피해 촉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이혜영 기자, 조현의 기자] 미국 백악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자국 반도체 부품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 현지에서 자동차나 가전 등 완성품(세트)을 만드는 국내 기업들은 생산 차질을 우려하며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1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은 최근 미 반도체산업협회(SIA)와의 통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글로벌 전자제품 공급에 대한 러시아의 접근 차단 등 새로운 대(對)러 수출 제한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NSC는 SIA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시 전례 없는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SIA 관계자는 회원사에 이메일을 보내 "NSC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이례적’이라며 모든 옵션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SIA는 새 대러 수출 제한 조치와 관련해 금융 제재와 북한 및 이란에 적용하는 수준의 광범위한 수출 통제뿐만 아니라 중국 화웨이에 적용한 것처럼 정부 권한을 대폭 확대해 외국산 제품 선적을 차단하는 가능성에 대한 명확성을 모색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러 반도체 수출액은 7500만달러(약 890억원)로 전체 수출액(99억8300만달러)의 0.8% 수준이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은 "수출 시장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반도체로만 국한할 경우 당장 직접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대신 완성품에 반도체나 관련 부품이 필수로 들어가기 때문에 미국의 이 같은 제재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세트 제조사 입장에서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주에 TV 생산라인을 두고 있다. LG전자도 모스크바 외곽 루자에서 생활가전과 TV를 만든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수출 규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가전이나 스마트폰,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부품 공급이 제한될 경우 현지 생산이나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러시아에서 연간 시장 점유율 30% 이상으로 글로벌 제조사 중 1위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도 대러 수출액이 지난해 기준 각각 26억4200만달러와 15억900만달러로 주요 수출품목 중 1, 2위를 기록했다.

김경화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 리스트에 미국 기술이 활용된 반도체부터 여기서 뻗어나간 상품들까지 규제 범위에 들 것인지에 따라 한국 기업에 대한 파급도 달라질 것"이라며 "추가적인 발표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이혜영 기자 hey@asiae.co.kr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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