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 할아버지 사탕의 맛 ‘옥춘당’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어린 손녀의 기억 속에 할아버지 고자동씨와 할머니 김순임씨는 기차역이 있는 작은 도시에 살았다. 낯을 많이 가리던 할머니에게 정 많고 따뜻한 할아버지는 유일한 친구였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폐암 선고를 받고 할아버지가 할머니 곁을 떠나게 된다. 홀로 남겨진 할머니는 조금씩 말과 기억을 잃어가고, 동그라미만 그리며 시간에 갇히고 마는데...

김순임 씨가 천천히 녹여 먹던 사탕.

제사상에서 가장 예뻤던 사탕.

입안 가득 향기가 퍼지던 사탕.

옥춘당. <51쪽>

어느 날,

자리에서 일어난 할아버지는

혼자 조용히 자신의 몸을 닦으셨다.

폐암 선고 후 6개월이 흐른

어느 화창한 초여름이었다. <70쪽>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셔 두고 온 날,

나는 할아버지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빠는 자꾸 말을 더듬었고,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돌봐 주는 사람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으려고

짧게 잘라 버린 머리카락 때문인지 할머니는 추워 보였다. <98쪽>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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