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36초'…설계 잘못이 누리호 '임무 실패' 불렀다

누리호발사조사위원회,29일 조사 결과 발표
3단부 엔진 조기 종료 원인은 설계 부실
산화제탱크내 헬륨탱크 고정 허술해 발사 36초 후 이탈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지난 10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10월21일 발사된 한국 첫 독자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마지막 3단부 로켓의 종기 종료로 더미 위성의 궤도 진입에 실패한 것은 설계 잘못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발사 36초 후 3단부 엔진 산화제 탱크 내부의 헬륨 탱크의 고정 장치의 설계가 잘못돼 풀리면서 압력이 낮아져 엔진이 일찍 꺼진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9일 오전 이같은 내용의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누리호는 점화와 페어링·각단 분리 등 모든 비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마지막 3단부 엔진이 원인 미상의 이유로 46초 가량 일찍 꺼지면서 최종 속도가 더미 위성을 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는 초속 7.5km에 미달해 '더미 위성 궤도 진입'이라는 임무는 실패했었다. 이에 따라 더미 위성은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한국에서 약 8000km 떨어진 호주 남쪽 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지난 10월 말 항우연 연구진들과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발사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총 5회에 걸쳐 회의를 열고 기술적 사항을 조사했다. 비행 중 획득한 2600여개의 텔레메트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누리호 비행 과정 중 발생한 이상 현상을 찾아내고 원인을 밝혀냈다. 특히 조사 초기 단계에 3단 산화제 탱크의 압력이 낮아지면서 엔진이 조기에 종료되었음을 확인해 구체적인 원인 규명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결과 발사 36초 후 발사체 내부의 3단 탱크연결트러스, 위성어댑터에서 특이 진동이 계측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3단부 산화제탱크 내부의 헬륨 탱크에서 헬륨이 누설되기 시작하면서 산화제 탱크의 기체 압력이 상승한 것이다. 또 67.6초 후엔 3단부 산화제 탱크 기체 압력이 떨어지고 상부 표면 온도가 급격히 하강했으며, 115.8초 후엔 헬륨 탱크 압력이 내려가고 3단부 산화제탱크 기체 압력 상승했다. 이 과정을 거쳐 누리호 3단부의 엔진이 예정보다 46초나 일찍 꺼지고 말았다.

발사조사위는 이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 누리호의 3단 산화제탱크 내부에 장착되어 있는 헬륨탱크의 고정장치 설계시 비행 중 부력 증가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로 인해 실제 비행 시 헬륨탱크에 가해지는 액체산소의 부력이 상승할 때 고정 장치가 풀려 헬륨 탱크가 하부 고정부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이탈된 헬륨탱크가 계속 움직이면서 탱크 배관을 변형시켜 헬륨이 새기 시작했으며, 산화제 탱크의 균열을 발생시켜 산화제가 누설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3단 엔진으로 유입되는 산화제의 양이 감소하면서 3단 엔진이 조기에 종료되는 결과를 낳았다.

과기정토웁와 항우연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세부 조치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추진 일정을 확정해 나갈 계획이다. 기술적 보완은 헬륨탱크 고정부와 산화제탱크의 구조를 강화하는 것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발사조사위원장인 최환석 항우연 부원장은 “설계시 비행 가속 상황에서의 부력 증가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여, 국민들의 성원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향후 철저한 보완을 통해 2차 발사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정책관은 “앞으로 사업추진위원회 및 국가우주실무위원회를 통해 기술적 조치에 따른 향후 추진일정을 확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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