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안마당에 원전 하나 들여 놓으실래요?'[과학을읽다]

소형모듈원자로(SMR), 찬반 갑론을박 들어보니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꿈의 에너지'. 지난 10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ㆍ카이스트) 핵비확산교육연구센터(NEREC)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원자력 학자ㆍ업계 관계자들의 자신감 넘치는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에 대한 '자랑'을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든 생각입니다. 최근 SMR 등 원전이 탈탄소 시대 에너지를 공급할 대안이라는 시각이 많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안전성ㆍ경제성ㆍ유연성ㆍ수용성 등을 골고루 갖춰 대형 원전이 갖고 약점을 모두 극복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반대 쪽에선 '턱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하는 목소리도 여전합니다. 잘해 봐야 아직 '연구 중'인 기술일 뿐이고, 2050년까지 탈탄소를 이뤄야 할 상황에서 앞으로 최소 10~20년간 연구ㆍ실험이 이뤄져야 할 SMR은 대안이 못 된다는 거죠.

◇SMR이 뭐길래?…뜨거워지는 관심

SMR은 한마디로 300MW급 이하의 출력을 갖는 소형 원자력발전소를 말합니다. 원자로,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설비를 하나의 통안에 넣어 일체화시켰습니다. 또 모듈화, 즉 부품을 공장에서 규격 생산해 조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회의적이었던 세계 각국들은 최근 '2050 탈탄소 사회 건설'을 목표로 에너지 정책을 재설계하면서 SMR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원전 자체는 화석연료가 아니라 발전할 때 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죠. 독일 등 일부 국가가 탈원전 후 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전기 요금이 대폭 오르는 등 고통을 겪자 대안으로 SMR을 고려하기 시작한 나라들이 있습니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9일 신규 원자로 건설 재개 선언을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비록 '수출용'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했죠. 우리나라는 1980년대부터 소형원자로를 개발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지만 우라늄 재처리가 필요한 설비라 미국의 비확산 정책에 걸려 성사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최근 한ㆍ미 공동 연구가 끝나 검토 작업 중인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이 바로 사용한 우라늄 연료를 재처리해 소형원자로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지난 주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탈탄소 시대 에너지 대안으로 SMR을 들어 화제가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신재생에너지 자체의 발전 총량이 적기 때문에 원전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뉴스케일사의 77MW 급 NPM-20 일체형 가압경수로가 개발 중인데 미국 정부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도 소듐용융로를 개발하고 있죠.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 안전한가?

체르노빌 사고, 후쿠시마 사고 등을 겪으면서 원전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그러나 SMR 연구자들은 안전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김용희 카이스트 원자력ㆍ양자공학과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4세대 원자로(SMR 등)가 폭발 사고를 낼 확률은 직경 5km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확률과 같다"고 장담했습니다. 원전은 과열되면서 노심이 녹아 방사능이 방출되는 게 '사고'인데, SMR은 원래 발전 규모가 작기 때문에 식혀야 할 열도 작고, 설계적으로 자연적으로 열이 식도록 하는 피동 안전성(Passive Safety)을 확보하기 때문에 절대 사고가 날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김 교수의 이같은 호언장담은 사실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빌 게이츠나 우리나라 원자력연구원 등이 개발 중인 소듐 냉각로의 경우 세계 주요 국가들이 시도했다가 화재 폭발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 사례가 많습니다. 영국의 던리, 프랑스의 피닉스, 러시아의 BN-600ㆍBN-800, 독일의 SNR-300, 일본 몬쥬 등의 소듐냉각 고속 증식로 등이 사고로 중도 폐기됐습니다.

◇ 경제적인가?

SMR은 1기당 건설 비용이 대형 원전보다는 적습니다. 또 크기가 작기 때문에 부지마다 다수를 설치할 수 있고, 수백개 이상을 한꺼번에 설치할 경우 공장 생산ㆍ조립으로 인해 건설 비용이 대폭 절약될 수 있습니다. 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SMART 개발단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대형 원전 대비 작은 초기 투자 비용, 짧은 건설 공기, 계통 및 기기의 모듈화ㆍ단순화를 통한 유지보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반대 쪽은 부정적입니다. 1기당 전력 생산양이 너무 적어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늘리려다 실패했던 소형 원전 사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꺼번에 수백기 이상 건설해야 '모듈화'의 규모의경제가 실현되는 데, 어느 나라든 그런 일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웨스팅하우스사도 600MW급 AP600을 연구하다가 경제성 문제로 용량을 키워 AP1000급으로 설계를 변경했지만 공기 지연ㆍ비용 초과로 인해 결국은 파산하지 않았냐"라며 "가장 앞섰다는 뉴스케일 역시 경제성 문제 때문에 용량 증대와 설 변경을 반복하면서 유사한 경로에 놓여 있는 상태"라고 꼬집었습니다.

정말 탄소배출 제로인지, 발전 단가는 쌀 것인지도 의문이죠. 원전은 우라늄 원료 채굴ㆍ정제ㆍ운반, 발전소 운영, 폐기물 관리ㆍ처분 등에서 엄청난 탄소를 배출합니다. 온배수 배출로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잦은 고장ㆍ가동 정지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발전 단가도 문제입니다.2021년 세계원전산업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재생에너지 1MW/h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37달러인데, 원전은 163달러로 4배 이상 비싸고, 긴 건설기간, 사고 위험, 폐기물 관리 등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유연한가?

SMR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신재생에너지가 대세가 되고 있지만 문제는 '간헐성', 즉 햇빛ㆍ바람 등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들쑥날쑥 하다는 점은 문제입니다. 이에 사회 전체의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선 필요할 땐 많이 생산하다가 날씨가 좋을 땐 최소한만 돌리는 '유연성'이 핵심이죠. 김 교수는 "빌 게이츠가 테라파워와 함께 만들고 있는 소듐로의 경우 열 저장 시스템이 결합돼 매우 탄력적 부하 추종 운전이 가능하다"면서 "미국에서 와이오밍주가 석탄발전소를 대체해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용융염이 매우 비싸 발전 단가가 높아집니다. SMR의 부하 추종 운전 기술이 여전히 '연구 중'이며 언제 완료될 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현재 대다수의 국가에서 사고의 위험 때문에 원전의 출력을 급격히 줄이는 운전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석 전문위원은 "용융염을 사용하는 집중형 태양열발전(CSP)의 비용은 태양광발전 ($31~42/MWh) 대비 4배($126~156/MWh)나 된다"며 :고온가스냉각로의 경우 미국 포트 세인트브레인(330MW, 1979~1989년)원전이 유일한 상용화 사례이나, 냉각설비부식, 변압기손상, 잦은 불시정지, 안전 문제로 조기 폐쇄된 바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신의 안마당에 원전 하나?

국민들의 수용성도 문제입니다.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고, SMR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끝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SMR이 탈탄소 시대 에너지 대안이 되려면 중소 도시 마다 최소 100~200MW급 하나 씩은 건설되어야 합니다. 안 그래도 전세계에서 원전이 가장 밀집돼 있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국민들이 어떻게 반응할까요? "당신의 마당에 원전 하나 들여 놓으실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선뜻 찬성표를 던질 사람은 아직까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원자력계도 이를 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단장은 "주거 지역 주변 지역에 설치되므로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4차산업부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