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니카라과 대선은 팬터마임 선거' 맹비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출처:AP통신)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니카라과에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불공정하고 비민주적인 '팬터마임 선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7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과 부인 무리요 부통령은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민주적이지도 않은 팬터마임 선거를 지휘했다"며 "이들 부부가 40년전 오르테가가 싸운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가문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르테가 정권은 지난 5월 이후 유력 대선주자 7명을 포함해 야권 인사 40명을 구금하고 정당 참여를 차단하면서 선거 결과를 조작했다"며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수감된 야권 인사들을 즉시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날 대선에서 오르테가 대통령의 4연임 성공이 유력시된다고 보도했다. 니카라과 전역 1만3000개 투표소에서 11시간 동안 투표가 치러진 가운데 개표 현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사실상 오르테가 대통령의 독무대로 치른 이번 선거의 결과가 자명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의 관건은 선거의 결과가 아닌 미국이 얼마나 강경하게 대응할 지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미 니카라과에 대한 제재 강화를 준비 중이다. 미국 하원은 앞서 지난 3일 밥 메넨데즈 상원의원이 발의한 니카라과 독재 정권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찬성 387표, 반대 35표의 압도적인 표결로 가결했다.

앞서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이 법안은 오르테가 정권 인사들의 부패혐의와 인권침해에 대한 제재, 니카라과 주둔 미군에 대한 군수품 보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오르테가 독재 정권이 재집권에 성공하게 되면 바이든 대통령의 친(親)이민 정책에도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르테가 대통령이 4연임에 성공하고 억압과 테러의 시대를 잇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반민주주의적 움직임을 늦추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입증한다며 중남미 이민자들의 미국 이민을 막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르테가는 1979년 친미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1984년 대통령에 처음 당선됐다. 1990년 재선에 실패 한 뒤 2007년 이후 지금까지 장기집권 중이다. 그는 1979년 산디니스타 혁명을 통해 친미 소모사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직후에도 1985년까지 실질적인 국가수반 역할을 한 바 있다.

2007년 재집권 후 오르테가는 개헌 등을 통해 대통령 임기 제한을 없애며 일찌감치 장기집권을 준비했다. 이날 국영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오르테가 대통령은 "니카라과 국민 절대다수"가 참여한 이번 선거가 "테러에 맞선 승리"라고 자평했다.

AP통신은 다만 투표율이 높다는 오르테가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투표소에 줄이 길지 않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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