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될까봐' 아들한테 폭행당하고 침묵했던 老父…경찰이 피해 막았다

서울경찰청, 서울시 합동 '노인학대' 선제점검
학대 우려 110가정 선정…피해자 24명 보호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1. 알콜중독 상태인 자신의 처지를 부친 탓으로 돌린 40대 아들 A씨. A씨는 70대 부친을 상습적으로 폭행했지만, 정작 부친은 아들이 처벌받을까 두려워 피해 진술을 하지 않는 등 경찰의 개입을 극구 거부했다. 경찰과 노인보호전문기관 합동점검팀은 피해자인 부친에 대해 지속적인 설득에 나섰다. 결국 피해 진술을 확보하고 가해자인 아들 A씨를 존속폭행으로 입건했다. 또 A씨가 부친의 주거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임시조치를 신청했다.

#2. 올해 3월 서울 한 자치구에서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50대 딸이 70대 노모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딸을 특수존속상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한 뒤 응급입원 조치했지만, 입원 기간이 경과해 3개월 만인 6월에 퇴원했다. 이후 경찰 등 합동점검팀이 가정에 방문해보니, 딸은 환청이 들리는 등 조현병 증세가 계속 나타나 모친은 학대 발생을 두려워했다. 경찰은 모친을 설득해 딸을 재입원시켜 추가 학대 피해를 예방했고, 주거지 분리 등 경제적 지원도 병행했다.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노인학대 문제에 대해 서울경찰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서울시·노인보호전문기관과 합동으로 노인학대 우려가 있는 서울 내 110가정을 대상으로 점검을 실시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역 노인학대는 2018년 1316건, 2019년 1429건, 지난해 1800건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특히 올해 1~6월에만 1279건이 신고돼 전년 동기 대비 46%나 증가했다.

경찰은 노인학대를 막기 위해 먼저 110가정을 선정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신고된 노인 중 경찰에 3회 이상 반복신고된 학대우려 노인 72명,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사례관리 중인 38명을 대상으로 했다. 점검 결과, 앞서 살펴본 사례와 같은 학대피해 노인 24명을 보호하고 경제적 지원 등 예방 활동을 전개했다.

경찰은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만큼 유관기관과 협력해 노인학대 예방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자치경찰 시대를 맞아 서울경찰청과 서울시, 노인보호전문기관이 함께 피해자 보호·합동점검 정례화 등 노인학대 대응체계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노인학대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며 "자치경찰 시대를 맞이해 서울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치안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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