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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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최고의 고용주가 될 것 그리고 성공의 크기만큼 책임을 질 것"
세계 최고 부호 제프 베이조스가 27년전 자신이 설립한 아마존에서의 은퇴를 불과 며칠 앞두고 제시한 새로운 리더십 원칙이다.
베이조스는 그동안 '고객 집착', '크게 생각하기' 등 14가지 리더십 원칙을 고수해왔는데, 오는 5일(현지시간) 퇴임을 앞두고 두 가지 새로운 리더십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포스트 베이조스' 시대의 가이드를 제시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7월5일은 27년전 베이조스가 아마존을 창업한 날이다. 1994년 미국 서부 시애틀의 한 창고에서 시작한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27년간 유통, 물류, 식료품, 디지털콘텐츠, 미디어 등을 아우르는 공룡으로 성장했다. 베이조스가 창업27주년에 맞춰 최고경영자(CEO)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히자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의 한 시대가 끝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베이조스는 1964년 미국 남서부 뉴멕시코주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고등학생 때 그를 낳았고, 베이조스가 두돌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이혼후 쿠바 출신의 이민자 미구엘 베이조스와 재혼했다. 베이조스의 의붓 아버지인 미겔 바이크 베이조스는 글로벌 석유 기업 엑손 경영진에 오르는 등 탁월한 엔지니어였고, 훗날 자신의 노후자금까지 털어 베이조스의 창업을 도울 만큼 그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베이조스는 그를 '롤모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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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는 어릴적부터 과학과 우주에 관심이 많았다. 이는 의붓아버지인 미겔 바이크 베이조스와 더불어 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인물로 꼽히는 외할아버지 프레스톤 기스의 영향이다. 프레스톤 기스는 젊은 시절 미 국방부 연구기관에서 우주공학 미사일 방어 시스템 분야 전문가로 일했는데, 베이조스는 16살이 될 때 까지 매년 여름방학을 텍사스에 있는 외할아버지와 함께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과학과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는 훗날 그가 민간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됐다.
베이조스는 명석한 머리로 학교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승부욕도 강해 미식축구팀 주장으로 활약한 것으로도 알려져있다. 프린스턴대에 진학한 베이조스는 이론물리학을 공부하려 했지만 컴퓨터공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돼 전공을 바꿨다. 1986년 프린스턴대에서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 학위를 받은 그는 최우등으로 졸업하면서 대기업의 무수한 러브콜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하고 주식트레이더로 벤처회사 피텔에 입사를 선택했다. 그는 23세의 나이에 기술담당 이사로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하다 1988년에는 금융회사 뱅커스 트러스트로 이직해 자신의 사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인터넷의 가능성에 눈을 뜨면서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베이조스의 삶에 있어 두 가지 중요한 기회를 맞게된다. 직장 동료였던 매켄지 스콧과 1993년 결혼한 것. 그리고 그 이듬해 시애틀의 차고에서 아마존을 설립한 것이다.
베이조스는 면접관으로, 스콧은 지원자로 처음만나 사랑에 빠진 뒤 1993년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이듬해 베이조스는 매켄지와 함께 온라인 유통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시애틀로 무작정 자동차 여행을 떠났다. 창업을 위해 뉴욕에서 시애틀로 향하는 동안 스콧이 운전을 하고 베이조스는 노트북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부모님과 친구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1994년 7월5일 시애틀의 한 차고에서 아마존은 탄생했다. 스콧은 아마존 창업 초기 도서주문과 출하, 회계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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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란 명칭에 얽힌 재미있는 뒷이야기도 전해진다. 원래 베이조스는 인터넷 서점 이름을 마법 주문인 '아브다카다브라'로 지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후 아마존으로 지은 이유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수량이 풍부한 강 '아마존'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고있는 것처럼 다양한 물건을 파는 쇼핑몰이 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현재 아마존이 30여개 이상의 상품 카테고리를 다루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로 성장한 것은 예견된 수순인 셈이다.
베이조스는 남다른 부성애로도 유명하다. 베이조스는 스콧과의 슬하에 세 아들이 있지만 누구보다 딸을 원한 부부는 지인의 소개로 여자아이를 입양하러 2006년 직접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후난성 출신 여자 아이를 입양해 10년 넘게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베이조스는 특히 딸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작은 섬을 사서 딸이 방학때마다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베이조스 역시 4살때부터 쿠바 이민자 출신의 새아버지인 미겔 바이크 베이조스와 친모 사이에 자라 입양한 딸에 대해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베이조스는 지난 2월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면서 사임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금이 아마존에게 있어 가장 혁신적인 시기이며 이 때야 말로 CEO교체가 이뤄져야할 적기"라며 은퇴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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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는 CEO 사임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그는 "나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친다"며 "새로운 제품들과 아직 초기 단계인 계획들을 발전시키는데 에너지를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베이조스가 이끄는 민간우주개발업체 '블루오리진', 2013년 인수한 언론사 워싱턴포스트(WP), 자선사업 등의 활동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은 혁신으로 존재한다. 우리는 미친짓을 통해 그것을 평범한 일로 바꿨다"고 언급한 바 있다.
베이조스의 유명한 이 발언처럼, 아마존 CEO 사임 이후의 그의 행보 역시 거침없고 무한한 여정이 될 전망이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