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 되면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주요 유통 채널 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각종 가공식품으로 판매 품목을 늘린데 이어 별도 인건비가 없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편의점 시장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빙과업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현재 4000개로 추산된다. 할인점은 빠르게 증가 추세다. 2019년 2200개에서 지난해 3600개로 늘었고, 올 1분기에만 400개가 더 생겼다.
빙과 업계 매출 가운데 아이스크림 할인점 비중도 늘고 있다. 빙그레의 경우 아이스크림 할인점 매출 비중은 2019년 8.4%에서 지난해 14.0%로 유통채널 가운데 유일하게 신장했다. 반면 편의점은 29.5%에서 27.4%로 감소했다. 롯데제과 역시 할인점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현재 빙과업체의 유통채널별 매출 비중은 일반소매점(50%)이 가장 높고, 편의점 아이스크림할인점, SSM, 마트 등의 순이다.
빙과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자들이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면서 온라인 판매와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통한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빙과업계의 양대산맥인 빙그레와 롯데제과는 지난해 아이스크림 매출이 각각 전년대비 약 10% 성장했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초기 투자비용(5000만원 수준)과 관리비용(무인시스템)이 적어 창업 문턱을 쉽게 넘을 수 있다. 매장 관리 측면서도 유리하다. 직원이 필요 없고 각 빙과업체들의 영업사원들이 냉동고를 관리하기 때문에 알아서 재고를 채워 넣어주는 형태다. 할인점 관계자는 "관리비가 적어 유통 마진을 줄이고 제품 가격을 낮췄다"면서 "할인점에서 아이스크림 가격은 400~500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빙과업체들의 유통채널 납품가는 250원~400원이다.
편의점들은 여기저기 생겨나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과당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편의점업계는 2018년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 규약을 만들어 과밀출점을 막았다. 유사 편의점 매장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급증하면서 자율 규약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 관계자 "아이스크림 가격은 원래도 둘쑥 날쑥한데, 유통 채널간 경쟁으로 소비자의 가격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면서 "가격 경찰제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빙과업체들은 가격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2019년부터 가격 정찰제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가격 정찰제는 가격을 표시하고 해당 가격대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시판 중인 아이스크림에는 가격 표시가 거의 없고, 유통업체별로 할인율도 다르다. 오픈라이스제도가 폐지됐지만 권장소비자가격 표시가 권고사항이다 보니 여전히 가격은 최종 판매자가 정한다.
가격 정찰제가 확대되면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경쟁력은 저하될 수 있다. 아이스크림 할인점 관계자는 "정찰제가 완전 시행되면 할인점의 장점인 가격 메리트가 사라진다"면서 "할인점 문구를 빼고도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