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주기자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한국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인 5.4인치 '아이폰12 미니'가 정작 미국에서는 찬밥 대접을 받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12 시리즈 중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니 모델은 국내 출시 2주차인 이달 초부터 아이폰12프로에 이어 아이폰12 판매량 2위를 기록 중이다. 갓 출시된 11월 중순만해도 아이폰12프로, 아이폰12에 이어 판매량 3위에 머물렀지만 지난달 말 이동통신3사가 일제히 미니 모델의 공시지원금을 상향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반면 미니 모델은 미국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 시장조사기관 웨이브7 리서치에 따르면 아이폰12 미니 출시 첫 달 판매량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주요 이통사 매출의 4~5% 수준에 그쳤다. 이는 30% 안팎의 매출을 기록하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아이폰12 모델과는 대조적인 성적표다.
아이폰12 미니가 국내에서 유독 인기가 높은 이유는 가격 영향이 크다. 국내 이통사들은 95만원대의 아이폰12 미니가 출시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공시지원금을 최고 24만원에서 43만원으로 높였다. 통상 아이폰 시리즈의 경우 공시지원금이 상대적으로 낮고 출시 직후 인상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수능 시즌을 겨냥해 출고가가 가장 저렴한 아이폰12 미니로 타깃 지원금이 몰리면서 판매량은 급증했다. 플래그십 선호도가 높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아이폰12 미니가 아이폰SE 2세대보다 더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겨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보조금 경쟁이 없었던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사양이 높은 아이폰12를 아이폰12 미니보다 선호했다. 아이폰12는 미니 모델보다 가격이 100달러 비싸지만 화면 크기가 0.7인치 더 크고 배터리 용량도 더 많다. 또한 선불 폰 시장에서는 아이폰12 미니보다 300달러 저렴한 아이폰SE 2세대의 선호 비중이 더 높았다.
플러리 애널리틱스는 "소비자들은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기기의 크기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라며 "아이폰SE 2세대가 아이폰12 미니의 시장을 잠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