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기자
[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로보틱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특히 이번 인수에는 현대차뿐 아니라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이 함께 참여해 미래 모빌리티를 넘어 물류·운송, 서비스 사업 등에서 그룹 차원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 그룹으로부터 인수키로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총 11억 달러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보유하게 된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공동으로 참여해 최종 지분율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로 구성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대학 내 벤처로 시작해 2013년 구글, 2017년 소프트뱅크 그룹에 인수됐다. 지능형 로봇 개발 전문 업체로서 경쟁력을 갖추고 보행 로봇 스팟, 아틀라스를 비롯해 물류 로봇 픽 등을 개발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2족 보행이 가능한 아틀라스를 선보이고, 지난해 공중제비와 같은 고난도 동작까지 자랑했다.
이번 인수 합의는 그룹 차원의 로봇중심 밸류체인(가치사슬)를 구축해 신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반영됐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포함한 그룹의 로보틱스 역량과 제조·물류 역량 등이 시너지를 낼 경우 로봇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인수는 특히 지난 10월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의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 회장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20%를 직접 인수하기도 했다.
정 회장 체제에서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높이며 그 일환으로 로봇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로봇 시장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32% 성장해 1772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연구 시스템, 로봇 분야의 우수 개발 인력 및 노하우 등이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글로벌 사업 역량과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첨단 기술 선도 업체로의 브랜드 이미지 확보에도 나선다.
특히 로봇 사업 진출 본격화를 통해 정 회장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인류의 자유롭고 안전한 이동의 가치 실현'이라는 목표를 이룬다는 포부다. 로봇은 상업적 사용을 넘어 공공영역에서의 치안, 안전, 보건 관련 공공 서비스에도 널리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 10월 취임 메시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와 이동의 제한으로 일상생활의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도 빨라지고 있다”며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고, 그 결실들을 전 세계 모든 고객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로봇 분야에서 그룹 차원의 신규 밸류체인 형성을 추진한다. 로보틱스 기술은 자율주행차와 전동화 차량으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뿐 아니라 물류ㆍ운송, 서비스 사업에서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 로보틱스 기술 관련 전 부문에서 기술 리더십 확보가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로보틱스팀을 실급 조직인 로보틱스랩으로 확대하며 관련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 로봇 제어 등에 강점을 갖춘 보스턴 다이내믹스 기술이 어우러지면 그룹 차원에서의 비약적인 기술 발전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현대기아차 로보틱스랩은 2018년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의자형착용형 로봇 CEX'와 ‘윗보기 작업용 착용로봇 VEX’를 개발했다. 지난해 말 CEX와 VEX 양산 체제를 구축한 뒤 국내외 공장으로의 확대 적용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구축한 고객 관련 빅데이터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기반의 데이터를 로봇 기술에 접목할 경우 맞춤형 로봇 서비스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사업 초기 그룹 내 로봇 도입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면 수익성 개선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국내외 다수의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의 공장과 물류센터에 로봇을 배치함으로써 로봇 수요를 확대하고 로봇 시스템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수행한다.
라스트마일 로봇 모빌리티가 개발되면 현대모비스의 핵심 사업 영역인 AS 부품 공급에 있어서도 효과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류 자동화 분야에서 로봇을 도입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효율성과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한다.
장기적으로는 로보틱스 분야 종합 솔루션 사업을 추진한다. 산업, 의료, 배송, 개인용 서비스, 스마트 팩토리 등 로봇이 활용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로봇의 제어, 관리, 정비 등을 통합 수행하는 사업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