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기자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3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 체인지업그라운드에서 열린 '그린뉴딜 유망기업 100 출범식'에 참석해 미래 녹색산업을 선도할 중소기업 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출처=환경부)
"I'm your Father."
2015년 환경부 공익캠페인 '쓰레기도 족보가 있다'라는 공익광고에선 이 문구를 자원순환되는 쓰레기에 접목시켜 재치 있게 풀어냈다. 위기에 빠진 자동차를 캔이 구출해주면서, 자동차가 캔에게 "Who are you?(너는 누구냐)"라고 묻자 알루미늄 캔이 자동차에 "I am your father(나는 네 아버지다)"라고 답하는 형태다. 당시 정부부처 공익광고 최초로 광고대상을 수상했다.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풀어내고 영화 유명 대사를 패러디하는 등 코믹 요소를 더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자원순환과 재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해 국민적 공감을 얻은 것이다.
이 광고에서 알루미늄 캔은 자동차의 아버지다. 알루미늄 캔이 자동차의 외장재를 만드는 원천 소재가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자동차의 아들은 무엇일까. 자동차 내장재는 다시 재활용될 수 없을까. 주식회사 디아이티그린은 자동차 폐시트를 재활용해 흡음 단열 건축자재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올해 환경부의 중소환경기업 사업화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디아이티그린의 건축용 내장재는 폐섬유제품 및 폐시트를 일정 크기로 파쇄한 후 특수 폴리에스터섬유 및 난연섬유를 혼합한다. 유해성 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녹색 기술이다.
만약 도로 위에 있는 미세먼지를 말끔히 청소하며 공기청정기의 역할을 해주는 청정버스가 나타난다면 어떨까. 상상 속에서만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중소환경기업 퓨어에코텍은 이미 이러한 기술을 구현해냈다. 고래 모양의 환기형 공기청정기를 버스에 부착한 뒤 도로의 공기를 정화해 버스 내부로 공급하고, 내부에서 한 번 더 정화시킨 깨끗한 공기를 다시 밖으로 공급한다. 또 다른 중소환경기업인 유로파이앤씨는 월별 배출량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부과해주는 음식물쓰레기 옥내 공용 투입구를 개발했다. 이 투입구는 밀폐형으로 제작돼 음식물쓰레기 악취를 효과적으로 차단해준다.
중소환경기업 '퓨어에코텍'의 버스 내외부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환기형 공기청정장치
이와 같은 친환경 기술을 일상에 적용하려면 환경에 대한 국민의 높은 인식과 함께 기업들의 친환경 기술 개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일반 기업의 경우 친환경 기술은 생산 단가가 높아 투자 대비 이익이 적다고 여기고, 환경 기술을 개발한 기업은 이러한 선입견 때문에 사업화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환경부는 이와 같은 중소기업의 애로 해결과 친환경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 인식 개선을 위해 중소환경기업 사업화 지원 사업을 2010년부터 10년째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의 중소환경기업 사업화 지원 사업은 앞서 소개한 기업들의 사례처럼 유망 환경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기술 사업화를 지원해 시장 진입과 수익 창출을 돕는 사업이다. 사업화 자금, 사업화 촉진 컨설팅, 민간 투자 유치를 패키지로 지원한다. 시제품 제작 개선ㆍ성능 평가ㆍ홍보 등 사업화 자금 지원을 통해 89개 기업 과제 관련 매출액이 약 888억원에서 약 1197억원(2016~2018년)으로 33.2% 증가했고, 투자 유치 활동을 통해 2017~2019년 24개 기업에서 총 336억4000만원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부터는 기존 사업화 지원 범위가 일반 환경에서 녹색 산업 선도 분야까지 확대됐다. 녹색 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의 5대 핵심 분야 중 청정대기, 생물소재, 포스트(Post) 플라스틱 분야를 추가로 모집해 환경 기술의 사업화ㆍ상용화 지원에 박차를 가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3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 진행한 '그린뉴딜 유망기업 100' 지원 사업 출범식에서 그린기업의 창업부터 성장, 글로벌화까지 전 주기적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그린 스타트업ㆍ벤처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그린 스타트업ㆍ벤처 육성방안을 통해 환경부와 중기부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환경 및 에너지 분야 유망기업 100개를 선정해 기술 개발ㆍ사업화ㆍ해외 진출 소요 자금(기업당 3년간 최대 30억원)을 집중 지원하고, 양산 등에 필요한 펀드ㆍ보증ㆍ정책 자금 등 추가적 지원 방안도 연계한다.
이를 통해 중소환경기업의 외연 확장뿐 아니라 2025년까지 녹색 분야에서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이 되는 '예비 그린 유니콘'을 탄생시키고자 한다. 그린기업의 저변을 두텁게 해 2025년까지 기업 1만1000곳을 지원하고 일자리 2만5000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선정 단계에서 국민의 관심을 제고하고 실생활에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국민 참여제를 도입한다.
환경부와 중기부는 지난 6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중소환경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환경부는 녹색 산업 정책을 담당하고 중기부는 중소기업 정책을 담당해 상호 협력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중소환경기업 사업화 지원 사업은 침체된 경제 활성화와 녹색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해 112억원에서 올해 824억원(본예산 254억원ㆍ추가경정예산 570억원), 내년 897억원으로 매년 예산이 순증됐다. 환경부는 내년도 예산이 역대 최대로 편성된 만큼 우수한 환경 기술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집행 단계에서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미래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중소기업의 친환경ㆍ저탄소 전환 노력이 필수"라며 "지속적 지원을 통해 중소환경기업이 경제ㆍ사회 녹색 전환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공동기획>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