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노리는 '카셰어링' 브로커들…렌터카 사고, 10대가 37%

'카셰어링' 이용 청소년 무면허 운전 기승
전문 브로커까지 등장…SNS 등에 버젓이 광고
5년간 청소년 렌터카 무면허 사고 598건
전체 사고 37.2%…연평균 14.2% 증가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준형 인턴기자] 추석 당일이던 지난달 1일. 전남 화순군에서 무면허로 렌터카를 몰던 고등학생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차에는 운전자 A(18)군을 비롯한 4명의 고등학생이 탑승했다. 이들은 사고를 내고도 아무런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광주까지 20㎞가량 도주했다가 경찰에 자수했다.

A군 등은 차량공유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타인의 계정으로 차를 빌릴 수 있었다. 이 과정엔 브로커도 개입했다. 계정 명의자인 30대 남성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브로커에게 3만 원을 받고 앱 계정을 넘겼고, 이 브로커는 대여비 명목 18만 원을 받고 이 계정을 고등학생들 손에 쥐여줬다. 올해 9월에도 전남 목포에서 고교생 A군(17)이 도용한 운전면허로 차를 빌렸다가 사고를 내 렌터카에 탄 학생 2명과 상대방 탑승자 등 모두 3명이 숨진 일도 있었다.

4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5~2019년까지 최근 5년 동안 10대 청소년의 렌터카 무면허 교통사고는 598건 발생했다. 이 기간 전체 렌터카 무면허 교통사고가 1605건임을 감안하면 37.2%가 청소년에 의한 사고인 셈이다. 청소년들의 불법 렌트 문제는 과거부터 있어왔지만 최근 들어 그 수법이 교묘해지는 등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분위기다. 과거엔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해 직접 업체에서 차량을 대여하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차량공유 앱을 활용하는 방법이 주를 이룬다. 이에 차량공유 서비스 계정을 사들여 청소년들에게 재판매하는 브로커들도 활개를 치고 있다.

미성년자 불법 렌트 관련 홍보 게시물./사진=sns 캡처

이런 불법 렌트 업자들은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통해 활동한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도 불법 렌트와 관련한 광고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곧바로 차단되는 음란물, 마약 관련 채팅방과 달리 이런 방들은 별다른 조치 없이 운영되고 있다. 기자가 손님을 가장해 한 업자에게 접근하자 그는 대여를 원하는 지역을 묻더니 원래 차량 대여 가격의 두 배 정도를 더 받고 차량을 내준다고 안내했다. 미성년자라 면허가 없는데 괜찮냐는 질문에 이 업자는 "그런 건 전혀 상관없다"면서 사고 발생 시 수리비만 부담하면 된다고 했다. 우선 돈을 입금하면 원격제어 또는 앱이 깔린 휴대전화를 건네주는 방식으로 차를 넘겨주겠다고 그는 설명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들도 이런 상황을 모르진 않는다. 그러나 불법 사용자들을 전면적으로 차단하긴 사실상 어렵다는 게 공통적 의견이다. 차량공유 업체 쏘카의 한 관계자는 "서비스 특성상 브로커가 스마트폰을 타인에게 건네주는 등 수법을 막을 도리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5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렌터카 명의를 대여하거나 대여해 준 이를 모두 처벌할 수 있는 처벌 조항이 신설됐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질 수 있다. 면허 확인 없이 렌터카를 빌려준 사업자에 대한 과태료도 현행 20~30만 원 선에서 10배로 상향하도록 했다. 해당 시행령 개정안은 규제심사 및 법제처 심사 등 입법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개정ㆍ공포될 예정이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이준형 인턴기자 gils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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