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50주년 조정래 '30년만에 '태백산맥' 정독…마지막 퇴고'

'태백산맥' 등 대하소설 3부작 개정판 출간…3년 후 마지막 장편소설
'아리랑' 비판 이영훈 교장 언급하며 "신종 매국노이고 민족 반역자"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태백산맥' 완간 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정독했다."

소설가 조정래가 등단 50주년을 맞아 대표작인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전 10권)', '아리랑(전 12권)', '한강(전 10권)' 개정판을 출간했다. 조 작가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중 개정판 출간에 대해 "마지막 퇴고"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최종 '정본(定本)'을 완성한 셈이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퇴고하면서 처음 소설을 정독한 이유도 밝혔다. "모든 예술가에게 자신이 만든 예술품은 새로 만들 작품의 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이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예술품은 미완성"이라며 "이번 퇴고 역시 완벽을 향해 가고자 하는 작가의 진지한 노력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백산맥'은 1983년 문학잡지 현대문학에 연재하기 시작해 1989년 완결한 조 작가의 대표작이다. 작가는 이후 '아리랑', '한강'을 잇달아 출간하며 한국의 근현대사를 정리했다. 대하소설 3부작을 완성하는 데 집필 기간 20년, 원고지 5만1500매가 소요됐다. 대하 3부작의 등장인물은 1200여명에 이르고 '태백산맥' 860만부 등 모두 1500만부 넘게 팔렸다.

조정래 소설가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해냄 제공]

작가는 소설가의 삶을 돌아본 신작 산문집 '홀로 쓰고, 함께 살다'도 펴냈다. 2009년 젊은 독자 250여명의 질문에 답하는 글을 모아 낸 책 '황홀한 글감옥'의 속편 격이다. 독자 질문 100여개를 받아 답변 형식으로 정리했다. 작가의 문학관ㆍ역사관ㆍ세계관이 모두 담겨 있다. 작가는 '작가의 기본 요건'에 대해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을 갖추는 것"이라고 답했다.

조 작가는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교장은 지난해 출간한 '반일 종족주의'에서 조 작가의 '아리랑'이 황당무계한 소설이라고 주장했다. '아리랑'에 일제가 한국인을 광적으로 학살하는 장면이 여럿 나오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터무니없는 조작이라는 것이다.

조 작가는 이 교장에 대해 "신종 매국노이고 민족 반역자"라며 "내가 쓴 역사적 자료는 객관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발행한 자료와 진보적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쓴 책을 중심으로 한 명확한 자료"라고 주장했다.

조 작가는 '태백산맥'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돼 11년 동안 조사받고 무혐의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는 그때 경험을 언급하며 "'아리랑'은 철저히 역사적 자료에 기반해 썼다"고 강조했다.

조 작가는 "친일파를 처단하지 않고는 나라의 미래가 없다"며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반민특위'를 반드시 부활시켜 150만 정도 되는 친일파를 단죄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조 작가는 지난해 '천년의 질문'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그랬듯 "글을 쓰다가 책상에 엎드려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3년 후 현실에서 내세까지 아우르는, 불교적 세계관에 입각한 소설로 장편소설 인생을 마감하고 이후 단편과 에세이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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