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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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김준호(가명)씨는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으레 PC를 켠다. 온라인 게임이나 쇼핑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가 접속하는 곳은 다양한 수공예를 배울 수 있는 교육 플랫폼, 이곳에서 비대면(언택트) 가죽 공예를 배우고 있는 김씨는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손지갑을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
#. 정지훈(가명)씨는 요즘 틈만 나면 책을 펼친다. 일을 마치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듣는 인문학 강좌의 내용을 미리 살펴보기 위해서다. 학창 시절에는 멀리하던 책을 끼고 사는 게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한층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새삼 느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언택트 열공족'이 부상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의 정착과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늘어난 개인 시간을 비대면(언택트) 교육 플랫폼을 활용한 자기 개발에 쏟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삼매경'에 빠진 공부의 범위는 취미부터 인문학, 프로그래밍까지 광범위하다.
24일 온라인 핸드메이드 마켓 '아이디어스'를 운영하는 백패커에 따르면 동영상 강의 서비스 '온라인 금손클래스'는 매월 평균 50% 이상 거래액이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언택트로 수공예를 배울 수 있는 이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코로나19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올해 상반기 큰 폭으로 수강생이 증가한 셈이다. 아이디어스 입점 작가들이 직접 참여하는 핸드메이드 강의인 온라인 금손클래스에는 현재 쿠킹, 가죽, 자수, 실크스크린, 유리공예, 캘리그래피, 드로잉 등 50여개 클래스가 개설돼 있다. 백패커는 수강인원 급증에 힘입어 올해 말까지 수공예 클래스를 130여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 기업 클래스101도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클래스101에 따르면 올해 4~5월 성과를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수강생은 3.2배, 전체 매출액은 3.3배 증가했다. 이에 클래스101은 최근 교양 콘텐츠 섹션 '리브레'를 선보이는 등 기존의 취미 및 직무 교육 중심에서 인문, 사회, 경제, 과학, 예술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클래스101 관계자는 "리브레 카테고리는 2030 밀레니얼 세대들의 폭넓은 지식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다양하고 깊이 있는 콘텐츠로 채워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업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과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스타트업 코드스테이츠도 올 상반기 신규 수강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7.5배 이상 늘어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코드스테이츠는 현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그로스 마케팅, 데이터 사이언스 등의 코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IT 소프트웨어 영역 세분화에 따라 커리큘림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기업들도 나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통한 직원들의 자기 개발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하나금융그룹의 IT 전문기업 하나금융티아이는 온라인 코딩 교육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엘리스와 함께 클라우드 기반의 코딩 교육 콘텐츠 개발 및 운영을 추진 중이다. 엘리스의 프로그래밍 교육 플랫폼은 SK그룹, LG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대규모 임직원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에도 활용됐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으로 여가 시간이 늘어난 직장인들이 자발적인 자기 개발에 나서는 게 트렌드가 되고 있고, 코로나19로 비대면 콘텐츠 수요가 증가한 것까지 맞물려 언택트 교육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