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곤기자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2위에 오른 것을 두고 "대세는 국민이 정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지난 19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대권) 경쟁에 먼저 나서서 뭘 해보겠다는 생각이 없다. 전에 괜히 먼저 나섰다가 이익도 없이 오히려 손실만 생겼던 것 같다"라면서 "그냥 불러주실 때까지 일 열심히 하고, 그러다 안 불러주면 이 일을 계속하는 것만도 얼마나 큰 영광이고 기회인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지사는 이어 "실력 실적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면서 "저는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당내 입지와 정치적 계파 갈등에서 자신은 행정 업무 등 실력을 앞세워 국민들의 지지를 받겠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하는 거다"라면서 "젊은 시절 꿈이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드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시민운동을 하고,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꼬리를 잡고 많은 일을 했고 시장과 도지사가 돼서는 엄청나게 많은 성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또 앞으로도 만들 자신이 있다. 이것만 해도, 머리를 잡지 못했지만, 꼭 머리를 잡아야 하는 것 아니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앞서 이 지사는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에서 2위를 차지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9일부터 사흘간 대선 주자 선호도를 자유응답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이 지사는 지난 조사보다 1%포인트 오른 12%로 2위를 차지했다.
올해 초 같은 조사에서 3~4%의 지지율을 보이던 이 지사는 지난 3월부터 11%로 지지도가 크게 올랐다. 1위는 28% 응답률을 보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총 통화 8606명 중 1000명 응답, 응답률 1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지사 지지율은 지난 3월부터 11%로 크게 올랐다. 당시 이 지사는 2월부터 확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신천지 대구집회소를 중심으로 확진 환자가 급증하자 경기 지역 신천지 집회소 폐쇄 조처를 내렸다.
특히 신천지 신도들의 명단 공개를 놓고 실랑이가 길어지자 직접 과천의 신천지 총회본부를 찾아가 명단 확보를 위한 강제 역학조사를 벌였다.
이 지사는 지난 2월20일 `코로나19와의 전쟁, 신천지 전수조사 실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신천지 교인들이 활동한 장소를 모조리 파악하고 신속한 방역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지사는 "신천지 교단은 모든 예배당을 즉시 폐쇄하고 일체의 집회와 봉사활동을 중단함은 물론 경기도 내 예배당과 집회, 봉사활동 구역 등을 즉시 도에 신고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어 "최근 신천지 대구교회 집회에 참석한 교인들도 즉시 해당 지역 보건소에 참석 사실을 신고하고 자가격리 등 능동적 대처를 하는 데 협조해달라"면서 "여러분의 자발적 참여가 지역사회 감염 확산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에는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강경 대응 견해를 밝혔다. 이 지사는 지난 20일 "도민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단호하게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불법으로 고압가스시설 운용하며 돈벌이를 위해 국가안보와 경기도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북전단을 불법살포하는 데 이용된 건축물이 무허가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도의 위험구역 및 행위금지 행정명령 집행대상이 되었던 바로 그 건물"이라며 "범죄에 사용된 불법시설은 당연히 제거되어야 한다. 포천시에 해당 무허가건물에 대한 철거를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지난 19일 포천시 소홀읍에 거주중인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 이민복 대표의 집이 무허가 시설인 것을 확인하고 포천시에 해당 주택의 철거를 강력 요청했다. 이에 따라 포천시는 절차를 밟아 해당 주택을 철거하기로 했다.
그러자 보수 성향의 한 인사는 지난 13~14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집 근처에서 대북전단 날릴 예정, 식은 죽 먹기`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이 지사를 협박하기도 했다.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서자 그는 15일과 17일 페이스북에 "이재명이란 하찮은 인간이 대북 전단을 가지고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서 그놈 집 근처에서 작업할 것. 경찰들이 물리력을 동원한다면 난 기꺼이 수소 가스통을 열어 불을 붙일 것"이라고 밝힌 뒤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방종과 분탕질로 자유를 훼손하는 이들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질서를 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로운 사회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권리와 질서를 존중하는 책임과 희생으로 만들어지고 지켜진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제멋대로 하는 방종을 자유로 착각하는 이들에게 책임이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발 상황에 대비해 경찰은 전날(20일) 오전부터 경기 수원시에 있는 경기도청과 도지사 공관, 이 지사의 성남시 분당 아파트 주변에 각 1개 소대(30여 명)씩 모두 3개 소대의 경찰 병력을 배치했다. 21일 자정까지 외곽 경비 병력을 배치할 방침이다.
경기도 역시 이날 새벽부터 도청과 도지사 공관 주변에 평소보다 증원한 청사 방호 요원 10명을 배치해 경비를 강화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