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바다 될까 걱정이에요' 하수구 꽁초 투기, 아직도 하시나요 [한기자가 간다]

서울 한 번화가 일대 하수구 꽁초 오물로 가득 차
쓰레기로 가득 찬 빗물받이 제 기능 상실 우려
각종 오물과 함께 역류 현상 침수피해도 높아

17일 오후 서울 한 번화가 일대 하수구. 담배꽁초와 각종 오물로 가득차있다. 한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쓰레기로 꽉 찬 하수구는 제 역할을 할 수 없어 침수피해를 3배 이상 키울 수 있다.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담배꽁초 가득차고, 그냥 올해도 물바다 되는거죠 뭐."

장마철을 앞두고 빗물받이 역할을 하는 하수구에 담배꽁초, 쓰레기, 토사 등 퇴적물이 쌓여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수구에 오물이 가득차면 빗물이 배수관으로 빠지질 않아, 그 일대는 아예 물바다를 방불케 한다.

17일 오후 서울 한 번화가 일대 인근 골목에 있는 하수구는 담배꽁초로 가득차 있었다. 또 다른 골목의 하수구 역시 각종 오물로 가득했다. 당장 장마로 인한 폭우가 쏟아지면, 빗물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쓰레기와 함께 역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당 골목 인근에서 만난 한 50대 직장인 A 씨는 "직장이 근처라 이 길로 다니는데, 가끔 보면 하수구에 그냥 꽁초를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건 그냥 기본 예의가 없는 것 아닐까 싶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B 씨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는 각종 오물을 왜 여기에 버리는지 모르겠다"면서 "왜 쓰레기를 굳이 하수구에 버리는지 참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로 가득찬 하수구.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이날 거리 곳곳에서 살펴본 하수구는 총 7개로 모두 각종 오물과 쓰레기가 가득했다.

한 하수구 인근에 자리한 서너 명의 직장인들은 마스크를 턱에 걸고 담배를 피우다 꽁초를 그대로 하수구에 던지기도 했다. 하수구 주변에도 널브러진 쓰레기들이 뒹굴고 있었다. 쓰레기들이 빗물 등에 밀려 그대로 하수구에 빨려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흡연자들이 모인 한 골목에 있는 하수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아예 대형 재떨이를 방불케 했다. 이날 둘러본 골목에 있는 하수구 안에는 대부분 무단투기로 인한 꽁초가 떨어져 있었다.

이렇게 꽁초 등으로 꽉 찬 하수구는 침수피해를 키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지난 2015년 8월 도로변 빗물받이에 각종 쓰레기 퇴적 및 인위적인 덮개 막음이 침수피해를 3배 이상 키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빗물받이 내부에 토사와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함께 퇴적이 되어 있을 경우 토사만 퇴적되어 있을 때 보다, 비로 인한 물을 배수하는 시설인 우수관 막힘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 오물로 가득찬 하수구. 가까이 다가서면, 심한 악취가 풍긴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또한, 악취나 생활편의로 빗물받이 덮개를 막아 놓은 상황이 침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으로 재현한 결과 빗물받이 덮개를 막음으로 침수높이는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시간당 50mm의 강우에 10분 이내에 연석(보도블록)을 범람해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결국, 이렇게 쓰레기 등으로 꽉 막힌 하수구들은 장마철에 역류 현상을 만들어 그 일대는 물바다가 된다. 침수피해는 물론 오물까지 넘치면서 그 피해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관계자는 "토사나 나뭇가지와 달리 꽁초나 비닐 등 인공 쓰레기는 빗물 배수를 현저하게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빗물받이에 투기된 꽁초가 일으키는 문제는 비단 장마철 역류 현상만은 아니다. 유해 물질 성분이 많은 담배는 그 안에서 하수도를 타고 하수처리장으로 갔다가 강으로, 다시 바다로 흘러간다. 이 과정을 거친 꽁초는 자연 훼손은 물론, 사람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준다. 하수구에 버려지는 꽁초와 각종 오물을 쉽게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 오물로 가득찬 하수구.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꽁초로 가득찬 한 빗물받이 인근에서 만난 한 40대 직장인은 "장마철이 다가오면 공무원들이나 봉사 활동하는 분들이 하수구 관리를 하곤 한다"면서 "이걸 언제까지 관리해야 하나, 좀 양심에 맡겼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빗물받이 관리 관계자는 장마를 앞두고 발생할 수 있는 하수구 역류 현상 등에 대해 민원 발생지역 등을 대상으로 관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 구청 관계자는 "장마 등 폭우 상황을 앞두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침수지역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관리해, 시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로 주택가, 음식점 밀집지역, 전통시장 등을 우선으로 관리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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