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애기자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좋을 때만 가족이 아니라 힘들 때 함께하는 것이 진짜 가족이라는 말처럼, 곁에서 가맹본사가 같이 고민해주고 도와준다는 공동체 의식을 부여해 힘들어도 버티고 견딜 수 있는 힘을 줘야 할 때입니다."
국내 1위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더본코리아를 운영하는 백종원 대표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외식 자영업자들에게 가맹본부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처한 모든 상황을 가맹점주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최소화해주는 것이 가맹본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실 가맹점주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이겨나갈 수 있도록 지원이 가능한 것이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부연했다.
◆신음하는 가맹점을 살려라= 백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신음하는 가맹점을 위해 발 빠르게 통 큰 지원책을 발표했다. 더본코리아는 전국 1484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2개월 치 로열티를 전액 감면하고, 커피원두와 정육·소스 등 주요 식자재에 대한 공급가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또 임시휴업한 매장을 대상으로 유통기한이 짧아 휴점 기간 발생한 폐기 식자재에 대한 비용을 본사에서 부담하기로 했으며, 고객이 안심하고 매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위생과 안전에 대한 홍보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전국 가맹점에 마스크 착용과 손소독제 비치, 매일 2회 자체소독을 권장하는 등 가맹점주 및 직원의 안전과 고객이 안심할 수 있는 매장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본코리아가 2개월 치 로열티를 전액 감면하고 식자재 공급가를 인하하기는 사실 쉽지 않은 결단이다. 외식 경기가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본사 역시 실적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든 이 시기를 함께 버텨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에 대한 그의 신념이 이를 가능케 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로서 최선의 노력이 무엇일까 고민해봤다"면서 "로열티 감면(2개월분), 주요 식자재(원두, 정육, 소스류 등) 한시적 공급가 인하, 임시 휴업한 매장의 폐기 식자재 비용 본사 부담, 고객이 안심하고 매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홍보 강화 등이 점주 입장에서 체감상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겸연쩍어했다.
외식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크다. 백 대표의 지원 발표 후 업계 로열티·식자재 공급가 인하, 물품 지원 등의 지원 대책이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외식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착한 물결'이 일고 있는 것.
백 대표가 외식업계 미치는 선한 영향력은 상당하다. 로열티 인하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8년 1월 전 브랜드의 연간 로열티를 인하했고, 수차례 가맹점에 납품하는 품목의 공급가 인하 정책도 펼쳤다. 지난 1월에도 빽다방 커피원두 공급가를 내렸다. 최저임금 인상과 매장 임차료 상승 등에 따른 가맹점 운영난을 덜기 위해서다. 가맹점의 수익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백 대표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백 대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심리가 크다 보니 외식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지만 외식업 종사자분들이 다시 한번 힘내서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 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는 외식업에 국한된 게 아니라 다른 분야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국가적으로 모두가 힘든 이 시기에 함께 힘을 내야 한다"며 "더본코리아는 코로나19가 마무리되고 안정화될 때까지 본사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가맹점에 대한 지원을 펼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더본코리아는 백종원의 원조쌈밥집,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빽다방, 본가, 홍콩반점0410, 역전우동0410, 돌배기집, 백스비어, 백철판0410, 롤링파스타, 인생설렁탕, 리춘시장, 미정국수0410, 빽다방베이커리, 해물떡찜0410, 마카오반점0410, 성성식당, 백스비빔밥, 대한국밥, 원키친, 고속우동 등 22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실적 상승세는 꺾였다. 2013년 775억240만원의 매출액과 50억5249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이로부터 3년 뒤인 2016년까지 실적이 큰 폭으로 상승해 2016년 1748억7140만원의 매출액과 197억6248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7년 매출액이 1741억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2018년에는 1776억원 달성에 그쳤다. 2018년 영업이익은 102억원으로 2017년 128억원보다 약 20% 감소했다. 각종 규제·내수 불황·포화 경쟁 등 악재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코로나19에 맞선 상생 물결 "함께 극복하자"=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상생을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연에프엔씨가 운영하는 육수당은 전 가맹점에 2개월 치 로열티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육수당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사태는 외식업계 전반적으로 큰 타격을 주고 있어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훨씬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금이나마 가맹점주들과 함께 고통을 나눠 위로와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로열티 면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생활맥주도 전 가맹점에 일부 물품을 무상 지원하는 계획을 내놨다. 지원 물품은 손세정제·염지닭·감자튀김 교환 쿠폰으로, 약 4000만원 상당이다.
임상진 생활맥주 대표는 "본사 또한 다수의 직영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가맹점주들의 어려움에 마음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힘든 상황에도 본사를 믿고 함께해주는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맥주의 주요 가치인 상생에 맞춰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대구·경북 지역에 부시맨 브레드와 망고 스프레드, 생수 각 4000개를 2일과 4일 두 차례에 걸쳐 긴급 지원했다. 맥도날드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며 제 때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대구·경북 지역의 소방관들에게 햄버거 4200개 세트를 전달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전국 1300여 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식빵 원료 5만개를 무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또한 방문 고객 및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손 소독제를 전 매장에 긴급 지원한다.
본아이에프는 본사차원에서 코로나19확산 이후 끼니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 및 노인에게 본죽 가정 간편식 9000여 개를 지원했다. 또 가맹점주 지원 차원에서 배달비 0원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본사로부터 지원을 받은 일부 가맹점주들은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한 기부에 나서는 등 위기 속에서도 상생과 나눔의 정신을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선별진료소 인근에 위치한 본죽·본죽&비빔밥 카페 가맹점주들이 뜻을 모아 코로나19 진압에 힘쓰는 의료진에게 약 1800그릇의 죽을 기부하기로 한 것.
이진희 본아이에프 대표는 "이번 기부는 위기 속 최전방에서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가맹점 사장님들께서 뜻을 모아 주셨다"며 "가맹점 사장님들의 정성이 담긴 죽 한 끼 드시고 건강하고 속 편한 하루를 보내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