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간 환자 알선…인권위, 원장·소속의사 등 검찰 고발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환자를 불법감금하고 보호의무자 서명을 위조한 혐의 등으로 서울의 한 정신병원 원장과 소속 의사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인권위는 올해 7월 인천 소재 A 병원에서 퇴원하자 서울의 B 병원으로 강제 이송됐다는 진정 2건을 접수해 조사에 나섰다.

인권위는 두 병원이 환자들의 입·퇴원 과정에 조직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어 기초조사를 실시한 결과 환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있다고 볼 만한 상당한 근거가 드러나 두 병원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A병원 원무부장은 퇴원 예정인 피해자들의 퇴원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B병원 관리부장에게 제공해, 피해자들이 퇴원 당일 B병원으로 재입원할 수 있도록 알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B병원 관리부장은 A병원 지하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퇴원수속을 마친 피해자들을 구급차에 태워 B병원까지 이송했다. 피해자 중 일부는 B병원으로의 이송을 거부하다 B병원 관리부장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또 이들이 탄 구급차에는 응급구조사 및 의사, 간호사의 자격이 있는 사람은 한 명도 탑승하지 않았다.

아울러 A병원에서 B병원으로 옮겨 온 피해자들은 비자발적으로 이송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입원적합성심사와 계속입원심사를 받지 않는 자의입원이나 동의입원을 강요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중 일부는 동의입원 서류에 서명을 거부하다 격리실에 12시간가량 감금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B병원은 ▲보호의무자의 서명을 위조하는 방식으로 환자를 강제입원시키고 ▲입원형식의 의미를 이해할 능력이 없는 환자를 자의·동의입원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환자로부터 입원연장의사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하고 ▲조사원 대면진단의 권리를 임의로 박탈하는 등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을 상당부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A병원장 및 B병원장에게 관련자들을 징계조치하도록 권고했다. 또 '정신건강복지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혐의로 B병원 소속 의사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인권위는 보건복지부장관과 서울특별시장, 인천광역시장에게 이번 사건에서와 같이 당사자 고지 및 동의 없이 정신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타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전원되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시 모니터링 강화를 권고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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