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벤투스 北선수 영입처럼 금강산·개성공단도 제재 우회 가능'

김광길 변호사 "대북제재 모호성 많고 정치적 성격"
"정부, 제재 사안 아닌 것도 美 눈치보면서 망설여"
"대북제재 우회도 가능…정부, 용기·결단 내려야"

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 발족식·토론회에서 개성공단기업인들이 개성공단 재가동을 촉구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북·미 비핵화 협상이 7개월만에 재개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일었으나 양측의 회동이 '노딜'로 끝나면서 일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북·미관계에 종속되지 않는 남북간의 문제이자, 남한 정부의 결단과 용기로 첫걸음을 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 발족식·토론회'에서 정영철 서강대 교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은 퍼주기가 아닌 퍼오기 사업이었다"면서 두 사업의 재개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 노력을 주문했다.

정 교수는 두 사업을 재개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가 구상하는 경협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 본다"면서 "대북제재 해소 완화를 위해서는 북·미관계 및 남북관계 진전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북제재 하에서도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자율성을 갖고 활동공간을 찾아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명문클럽 유벤투스가 '북한의 호날두'로 불리는 공격수 한광성의 영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br /> 유벤투스는 지난달 3일(한국시간)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광성의 영입 소식을 전하고 "환영한다"며 계약 후 촬영한 사진을 함께 올렸다.

김광길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구단 유벤투스의 한광성 선수 영입을 예로 들었다. 김 변호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법과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 법규에는 애매모호성과 광범위한 재량권이 있다"면서 "이는 정치적 성격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엄밀히 따지면 유벤투스의 한광성 영입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 금지하는 '신규고용창출'에 해당하는 금지 행위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국제사회는 유벤투스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매우 세밀하지만, 해석과 운영은 정치적인 영역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의 미군 실종자 발굴 사업도 사례로 들었다. 그는 "미국 대북제재법에서는 실종 미군을 발굴하기 위한 활동은 대북제재에서 완전히 제외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실종 미군은 죽은 사람이고, 죽은 사람을 찾기 위한 활동에는 제재가 면제되고 있는 셈"이라면서 "그러나 산 사람끼리 만나자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활동은 엄격한 제재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이는 우리(정부)가 알아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는, 알아서 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개성공단기업협회, 금강산기업협회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촉구 기자회견을 지난 7월 18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경협사업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 등도 여전하며,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정부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김 변호사는 강조했다.

아울러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북한의 변화도 당부했다. 김 변호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두 사업을 조건없는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면서 "개성공단 임금 전용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남한의 제안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대북제재가 있지만 우회하는 방법은 충분히 있다"면서 "단지 양쪽의 의지와 하고자하는 노력이 부족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한국 정부를 향해 "남북경협을 통해 북한의 시장화를 진전시키고 비핵화를 추동하는 측면 등의 논리를 발전시켜 미국을 설득해나가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통일열차 서포터즈가 주최한 'DMZ 통일대장정' 참가자들이 지난 8월 1일 청와대 앞에서 발대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평화경제를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은,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 추동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 단계에서 남한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제안한다고 북한이 즉각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면서 오히려 군사적·안보적 측면에서의 남북관계 진전이 현 시점에서는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남북 정상이 4.27, 9.19 등 계기를 통해 군비감축까지 이야기까지한 상황에서, 남한은 지난 2년간 군사비만 10조원을 쓰고 스텔스기 F-35A를 들여왔으며 한미연합훈련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남북관계가 비핵화와 북·미관계를 추동하고 제재 국면에서 과도하게 경제를 앞장 세우기 보다, 군사문제가 역진불가능한 남북관계를 만드는 남북관계와 안보이슈의 선도성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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