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출점 숨막히는 대형마트들…'이커머스와 경쟁도 힘든데'(종합)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정부가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상권영향평가 범위를 확대함에 따라,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SSM) 들의 신규 출점이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유통업계는 그렇잖아도 출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번 규제로 더 큰 족쇄가 채워지게 됐다며 울상이다. 재계가 대형마트의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대규모 점포 규제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하는 판에 오히려 규제를 늘리고 있는 모양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7일 상권영향평가 강화를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공포하고, 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12월 말께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상권영향평가서 평가 대상 관련 지침이 모호해 사업자들의 주관적 기준에 따라 작성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개정을 통해 상권영향평가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권영향평가서는 매장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인 대규모점포와 그 계열사가 운영하는 준대규모점포들이 입점 전 주변 상권에 대한 영향을 평가해 제출하는 것으로,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 2월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진행했으며, 의견수렴을 통해 27일 개정안을 확정하게 된 것이다.

기존 시행규칙에서는 소매점에 대한 영향평가 대상이 음ㆍ식료품 위주 종합소매업으로 제한돼 있지만, 새롭게 마련된 시행규칙은 입점예정 주요 업종과 표준산업분류 세분류가 동일한 업종으로 영향평가 대상이 확대됐다. 사실상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군을 판매하는 업종에 대한 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상권영향평가 결과 부정적 영향이 예상될 경우 지역협력을 통해 완화하도록 하는 방안도 담긴다.

여당도 정부의 방안을 지지하며 대형유통매장의 신규 출점을 막겠다는 뜻을 확실히 하고 있다. 이달 23일 열린 당정청회의에서 박홍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도시계획 차원에서 대형 유통점 입지를 사전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논의의 방향을 가져가기로 했다"며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한 입지 규제나 상권영향평가 강화 방안 등도 중장기 대책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형마트나 SSM 등 대규모ㆍ준대규모점포는 이미 이커머스에 밀려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들고 있어 추가 규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대한상의도 이날 발간한 '대규모점포 규제 효과와 정책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세로 바뀐 현시점에 대규모점포 규제가 적합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규제의 전통시장 상인 보호 효과가 미미하며, 오히려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식자재마트 등만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규제의 표적이 된 대형마트도 좌불안석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사실상 앞으로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은 신규 점포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지금도 이미 의무휴업 등의 규제로 인해 대형마트 출점이 꽉 막혀 있는 상태인데, 관련 규제가 더해지면서 신규출점이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3대 대형마트의 신규출점은 올해 2건에 불과하며, 백화점은 신규출점이 단 한 건도 없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도 "이미 상생법과 유통법 이중으로 규제를 받고 있어 사실상 허가제나 다름없는 수준"이라며 "유통의 메가트렌드는 이커머스로 옮겨가고 있는데 정치권은 10년 전의 유통법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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