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일등공신 'DNA법' 연내 폐기 위기

수형자 등 DNA 채취 규정
헌재 "의견진술 기회 등 미보장"
지난해 8월 '헌법불일치' 판결

연말까지 개정안 통과 못하면
DNA 채취 불가능해져
경찰 "대체입법 통해 공백 없애야"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33년 만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특정될 수 있던 배경에는 현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이 있다. 수형자나 구속 수감자의 DNA를 채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이 법에 따라 무기수로 수감 중인 이춘재(56)의 DNA가 채취됐고, 화성연쇄살인사건 증거물에서 확보된 DNA와 비교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유력 용의자로 특정됐다.

그런데 지난해 DNA법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으며 법적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헌재는 지난해 8월 DNA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올해 12월31일까지만 효력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대체입법이 이뤄져야 하지만, 국회에 발의된 개정법안은 1년 가까이 관련 소위에 계류돼 있다. 입법공백이 발생하면 DNA 채취가 개정법 시행 전까지는 불가능해진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완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0년 DNA법 시행에 따라 DNA 인적관리시스템에 수록된 DNA 감식 시료는 지난해 말 기준 총 22만4574명이다. 수형인 등 DNA는 16만1988명, 구속피의자는 6만2586명이다. 이와 함께 범죄현장 등에서 수집돼 DNA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DNA정보도 8만6085건이다. 이처럼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경찰 등 수사기관은 DNA 대조를 통해 주요 사건 및 과거 미제사건을 해결해왔다. 실제 경찰이 DNA 일치판정으로 수사를 재개한 사례는 총 5679건에 달한다. 이번 화성연쇄살인사건도 같은 경우로, DNA 분석 기법이 크게 발달함에 따라 과거 미제사건을 해결할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헌재는 지난해 8월30일 DNA법 제8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DNA법 제8조 '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 부분은 경찰의 영장 신청, 검사의 청구를 통해 법원이 발부하면 DNA를 채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체포영장ㆍ압수수색영장 집행 과정과 비슷하다. 하지만 헌재는 채취된 DNA가 특별한 사정이 없을 시 사망 때까지 데이터베이스에 남아 범죄수사ㆍ예방에 활용되는 점을 감안, 영장발부 과정에서 의견진술 기회와 영장발부에 대한 불복절차가 명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병기ㆍ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과 12월 각각 DNA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1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들은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나 헌재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취지를 반영해 채취 대상자의 의견진술을 받거나 불복절차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여야간 극심한 대립으로 국회가 사실상 공전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자칫 개정 시기를 놓친다면 DNA 채취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경찰은 현재 발의된 개정안이 한시라도 빨리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핵심 관계자는 "화성연쇄살인사건 같이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데 DNA 분석, 대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조속한 법개정을 통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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